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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17938
· 쪽수 : 357쪽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일요일
학마을 사람들
사망 보류
몸 전체로
갈매기
오발탄
자살당한 개
살모사
천당 간 사나이
청대문집 개
표구된 휴지
고장난 문
두메의 어벙이
미친 녀석
주
작품 해설
실낙원에 내던져진 근대적 주체의 살아남기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참고 문헌
기획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래서 만나서 어쩌자는 거냐?
무슨 말을 할 게 있단 말이냐?
그때의 그 고지. 폭음과 먼지 속에서 와 하는 전우들의 함성을 듣던 그 순간에 벌써 모든 것은 결정되었던 것이 아니냐? 일생을 절룩거리며 걸어야 하도록.
그렇게 생각한 영철은 뽀얗게 내리는 빗줄기를 통하여다시 존에게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는 온몸에 흙탕을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있는 존의 그 처량한 모습에서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었다. 영철은 쓴웃음을 흘리며, 다시 아랫목에 눕고 말았다.
난은 마침내 남의 아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이미 그녀와의 관련을 스스로 끊어버린 지 오랜 영철의 마음속에 새삼스레 어떤 파문을 일으켰다는 것은 이론상으로는 우스운 일임에 틀림없으나 실제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병신이 되어버린 뒤에도, 그래도 꽤 오랫동안 꿈속에서만은 전과 같이 성한 두 다리로 뛰기도 하고 전투도 하던 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 꾸속에서마저 지팡이를 짚어야 하게 되었고, 또 끊어진 다리 발가락이 쑤신다고 느끼던 슬픈 환각마저 잃어버리고 만 그였지만, 그래도 난이 아직 처녀로 어디엔가 있어 그를 생각해주거니 하는,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염치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생각 때문에 그는 그날까지 그대로 환상의 세계에서마저 불구자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 '자살당한 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