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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1393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제3의 현장 7
해설_ 악출허(惡出虛)/ 장문석(인문학연구자) 300
자료_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 이윤옥 325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의 실패는 곧 오 검사의 실패였다. 오 검사는 처음 그것을 내 고의적인 진술 기피 행위로 힐책하곤 하였다. 그러나 나의 계속적인 혼란과 실패를 목격하자 그도 끝내는 그것이 내 고의가 아님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게 진심 어린 의논조로 충고를 해온 것이 그 현재형 진술법이었다. 한데도 아직 일이 이 지경인 것이다. 모든 일이 그저 추상적인 기억의 틀 속에서 아득할 뿐이다. 문장의 시제나 겨우 현재형의 그것으로 바뀌어갈 뿐, 일방적인 종합이나 주장에의 경사는 여전한 형편이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느낌의 회복은 아무래도 가능할 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위인에 대한 비하나 증오의 느낌도 지금으로선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나는 끝끝내 그것을 수락하고 진실을 단념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자신의 진실을 자신에게 걸고 나선 일인 이상 어느 경우에도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사후판단이나 주장 속으로 빠져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백남희)
“그는 새삼 자신의 믿음과 하느님이 두려웠다. 아니, 그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를 믿고 따라온 마을 사람들이었다. 끝없는 좌절감을 자신도 충분히 헤아리고 남았다. 그래서 그 허탈스런 침묵이 오히려 괴롭고 두렵다. 그것은 차라리 그에게 가해오는 무언의 항의요, 추궁인 것이다. 전도사는 그 침묵 속에서 어떤 음흉스런 음모의 기미마저 짙게 느껴졌다.” (전도사)
“그렇지요. 범행 목적이 불확실했던 것, 그래서 자신의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던 것, 그건 분명히 그의 납치범으로서의 실패일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보다도 더 큰 실패는 그가 제게 자신의 과거로 저를 납득시키려 시도한 것이었어요. 사람의 말을, 자신의 말을 그는 너무 믿었던 거지요. 그것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하여 그를 납득시킬 수 있을 거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전 그렇게 될 수가 없었지요. 그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내온 그에게서 저는 오히려 그의 무참한 실패를 보았을 뿐이에요. 저는 그의 그런 실패가 견딜 수 없었지요. 그의 실패는 바로 저 자신의 실패일 수도 있었으니까요.” (백남희와 구종태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