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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1539
· 쪽수 : 576쪽
책 소개
목차
봄이 오면 7
청부 연애 49
따뜻한 산 107
전설 고향 181
사랑과 예술 140
잃어버린 전설 209
기둥서방 252
또 하나의 풍속 309
그림자 없는 사람 356
돌아서면 빈 하늘 430
자라나는 굴레 474
그리고 겨울 519
해설 | 견인성(堅忍性) 보헤미안의 견딤의 미학_우찬제 551
저자소개
책속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북장단이 노랫가락을 잘라 나갔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배에서부터 끌어올린 듯 도도한 여인의 목소리는 느린 듯하면서도 조금도 처지는 느낌이 없었다.
끊어질 듯 높았다가는 절벽처럼 떨어지고, 해심처럼 깊었다가는 태산처럼 치솟았다. 그런 소리는 별로 들어보지도 못한 지연이었지만, 여인의 노랫가락은 그녀에게 이상스럴 만큼 쉽게 젖어오고 있었다.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지연은 사지에서 힘이 다 빠져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언제부턴가는 백기윤이 기차에서 말한 그 바닷가 풍경이 하늘하늘 떠올라왔다. 반짝반짝 햇빛이 부서지는 바다와 녹음 짙은 산골짜기가 그녀 자신의 추억이나 된 것처럼 역력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부표처럼 깜빡이는 밭고랑의 여인―그리고 불볕을 안고 그녀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태양이 지연 자신의 머리 위에서 이글이글 불타고 있는 것 같았다.
대상에 대한 자신의 욕망의 절제. 바꾸어 말하면 실제 대상을 가만 놔둔 채 그 욕망을 승화시켜 자기 속에 또 하나의 대상을, 아니 실제 대상보다도 더 완벽한 아름다움의 실체를 창조해 가지게 된단 말입니다. 그것이 예술입니다. 하니까 대상에 대한 사랑이 크면 클수록 소유 욕망도 커지고, 그것은 예술가의 자기 절제에 의한 창조력을 자극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세찬 소유욕, 여자가 지닌 모든 것을 일시에 깨부숴버리고 싶은 성급한 남자의 파괴 본능, 허철에겐 애초 그 모든 것이 창작의 원동력이었다. 그것이 없이는 처음부터 일이 불가능했다. 허철의 작품 제작은 그 거센 충동과 욕망들을 잔인할 만큼 혹독한 긴장 속에 인내하고 절제해 내는 과정에서만 가능했다. 현실적인 소유욕이나 파괴의 충동이 예술적 창조력으로 승화되는 것이라 할까, 아니면 그 욕망의 창조적인 절제 그것이 바로 허철의 예술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