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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8230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1-03-09
책 소개
목차
환한 나무 꼭대기
흩어지는 구름
하나의 숨
경계선 사이로
파종하는 밤
눈 속의 사람
높고 느린 용서
숨결보다 뜨거운
문래
해설/연루와 비밀 - 김미정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쁘지 않다고, 어차피 이곳엔 진짜가 없으니, 왜냐하면 지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주 긴 꿈을 꾸고 있으므로. 꿈 바깥에 두고 온, 차창에 얼비치는 도시 같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깨어난다 해도 그곳 역시 꿈일 거라고, 그러니까 꿈 바깥의 꿈일 뿐이라고 믿으면서. 다만 행복한 얼굴을 보고 싶다는 마음만은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나는 계속해서 그렇게 생각을 이어간다. 그래서, 오직 그 얼굴을 지키기 위해서, 행복은 가짜가 아니라고 느끼는 그들의 그 한순간을 위해서, 가까스로, 자꾸만 꺼지려 하는 심장을 바닥에서부터 부풀리며, 하나는 또 한 번……
하나의 숨을 쉰다.
―「하나의 숨」
내 영화가 선택되지 못하고 혹평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외면받게 될 날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제로의 상태로 남아 있는 것, 그것이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상대의 자리와 관중석마저 텅 빈 링에서 헐거운 글러브를 끼고 혼자 서 있는 후보 선수처럼……
―「흩어지는 구름」
그 염원의 안쪽에 펼쳐진 개개인의 고통을 절대적으로 동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는 없었다. 전체와 영원의 시선으로 본다면 한 사람의 염원이란 퀼트의 한 조각처럼 평균적인 일부이자 보편적인 욕망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절에서 나올 때도 지금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환한 나무 꼭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