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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박라연 (지은이)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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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1056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2-11-30

책 소개

문학과지성 시인선 577권. 시인 박라연의 아홉번째 시집이다. 데뷔 32년째를 맞은 2022년 끝자락, 겨울로 성큼 들어서는 길목에서 “추운 발등 덮어줄 시”를 들고 찾아온 박라연 시인은 특유의 따뜻함과 섬세함을 담아 이번 시집에서 한층 깊어진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살아 있다는 것은 마음이 헤맬 때까지이다
새어 나온다
붉은 오디션
지푸라기와 호들갑
15분 17초
우린 자주 자주를 잊곤 해
베네치아 가방
아직은 우리 집
피사의 사탑
방문객
상상 제조업
요나의 배
네 마음의 이름은 달빛으로
너와 그는
두께

2부 세상의 이마에 꽃,이라는 모자를
너의 다리는 어디까지
드림 파트너
줄리엣의 편지

누구나 추위가 살아 있어서
햇살 단추
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삽입곡처럼
시냇가 시냇물에 넣어줘야 해
너라는 카메라
부디 바이칼 호수
나포에서 뉴욕으로
killing travel
세상의 이마에 꽃,이라는 모자를

3부 소녀는 환하고 나는 유리창을 닦는다
후회 깊은 집
뜻밖의 배후
첼로의 시간
소녀는 환하고 나는 유리창을 닦는다
파양을 알아?
실물입니까
어쩌다 혼디오몽
해녀의 세계
맹세가 의젓해질 무렵
채널 최선주
소리의 내부

우린 실험실의 주야
고지식하게

4부 돈 갈퀴에 걸려서 터져버린 풍선처럼
허풍선이
고라니와 채송화
흐르는 방향에서 좌회전
오징어 게임
이런 날도 오네요
수업 시대
역사
자꾸 베니스 상인의 거울이
다이빙
청자 언니
삐뚤삐뚤한
함부로 부러워하지 않는
빨랫줄
꽃의 귀가

5부 서로를 보고 만지는 순간 다른 시공으로
서열
이브의 아담
엘리베이터가 너를
청하옵건대
성 프란치스코
믿지 못하시겠지만
그날의 한계령
파도 세례
다음의 세계
배웅이 시작될 때
벼린 카드

몬테그로토에 밤이 오면
스며들다

해설
이웃들의 마실・김종훈

저자소개

박라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으며,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공중 속의 내 정원 』 『우주 돌아가셨다』 『빛의 사서함』 『노랑나비로 번지는 오후』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등이 있다. 윤동주상 문학 부문 대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박두진문학상,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펼치기

책속에서

이름의 끝에 E가 붙은 빨간 머리 앤의
자주를 알아봐준 그가 좋습니다. 자주의 세계에
왼발을 넣어도 된다면

오늘 만난 자주를 아무나 푸른 기운으로

토막, 토막, 토막 낼 수 있다면 자주 자루를 굴려
마을로 내려오게 할래요. 당신의
눈동자에 넣을 호흡도 빨라질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관습으로부터 사물은 사물의
관습으로부터 외출할 수 있다면

산 채로 자주를 모셔오는 일이

아무나,의 첫번째 의무입니다. 자주 나무 얼굴을
본뜨기 하는 습관도 자주의 한 부위라면

자주를 살려내는 다른 자주를 지켜보는
일이 두번째 그 무엇입니다. 자주 무늬가 두 눈을
부릅뜰 때까지 혀가

성난 이웃을 다듬는 대패가

되는 일이 세번째 그 무엇입니다. 자주 발바닥이
되어 생명체로 우뚝
일어서게 하는 일이 네번째 그 무엇입니다.

허공에 매달려 허공에서 연명할 생이 급습할 때

박나영처럼 긴 밧줄*이 한 번은 되어주는 일이
다섯번째 그 무엇입니다.

어느 날 내가 나를 토막 내어 자주 세계로 굴러,
들어가 자주 나무 얼굴이 되는 일이
나의 마지막 그 무엇입니다

✽깨어보니 마흔에 숨이 멎은 조승연의 심장이 되는 밧줄.
―「우린 자주 자주를 잊곤 해」 전문


이 세상 모든 눈동자가 옛날을 모셔와도
마시고 만져지면서 닳아지는 물질이
이제 저는 아니랍니다

생각하는 일만 허용되는 색깔로 살게 되었습니다
천근만근 애인의 근심만은 입에 물고 물속으로
쿵 눈빛마저 물에 감기어져 사라질 태세입니다

그림자의 손이 아무리 길게 늘어나도
ㅉ이 ㅃ으로 ㄴ이 ㅁ으로 쳐질 때 있습니다
한계령에 낙산사 백사장에 우리 함께 가요,라고
말할 뻔했을 뿐입니다

생각만으로 벼린 색이 되는 날이 제겐 있었어요
그림자 스스로 숨 거두어 가주던 그날
배고픈 정신의 찌
덥석 물어주는 거대한 물방울의 색깔을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전문


볼일이 생겨 바깥이 그리워서 외출하듯 목숨의 문 잠시 잠그고 외출할 수 있는지 문 앞에서 오들오들 떨며 기다려줄 사람이 아직은 있는지

기쁨의 피와 살과 근육을 삶아 조금 더 바쳐야만 외출할 수 있는 무게입니다 본인 빚은 본인이 갚아야만 피가 따뜻한 외출증 하사받습니다만

당신은 여기저기서 살며시 놓아준 카드 온몸을 벼리면 출산은 허용하는 카드 사람 몸이 한 번쯤 새가 된다는 것은 벼린 카드 그 후
―「벼린 카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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