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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2442
· 쪽수 : 116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우리의 뼈였던 것
나와 클레르의 오후
운하에 모이기
다르의 새벽
타이피스트
클레르의 빛
여름 잎사귀
해방촌 언덕
혜화동, 테라스 작업
우리의 뼈였던 것
낮잠
어느 가족
운하에 모이기
창경궁에 갔다
카즈미 없이
잘 알지도 못했지만
2부 서머타임
해수욕
평희에게 말했다
서머타임
벨파스트의 시청 앞
바흐 이덴
실측
산들바람처럼
서머타임 클레르
서머타임 클레르
휴가 계획
앵무새 피노키오 타자기 지중해
창덕궁에 갔다
아키타
정동, 테라스, 사건들
세리머니
우리가 남아서 걸어가면
3부 운하에 모이기
데이빗 안젤라 티리에
호숫가 호수 공원
보수공사
보수공사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버스 정류장
여름 정원
타일
계단이 있는 야외 테이블
깃털들
새로운 서막
해설
빛의 시제・조대한
저자소개
책속에서
■ 뒤표지 글(시인의 산문)
파울라 베어가 나오는 영활 보고 영화관에서 얻어 온 포스터를 방에 붙여놓은 후 파울라 베어를 생각했다. 아직은 우리 영역에서 비켜나 있는 불길이 끝없이 타오르는 밤이었다.
언젠가 그가 나에게
버스를 한 시간도 넘게 타고 와서 한 말이었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재클린 듀프레이 같구나. 죽기 전에 자기 언니에게 그렇게 말했대.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그늘에는 녹지 않은 눈이 단단하게 얼어 있다
우린 아직 내리치는 진눈깨비를 맞으며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그리 멀지 않았다
아키타라는 고장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런 제목의 음악도 있다고 그가 말했다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도 있고 책도 있을 것이다
―「아키타」 부분
폭포수 같은 겨울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데이빗과 안젤라와 티리에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머플러를 칭칭 감은 채 추위에 덜덜 떨고 있다. 그들에게는 지나간 과거가 없다. 모든 게 현재형인 상태로, 언제나 덜덜 떨고 있는 상태로, 커다란 눈을 부릅뜬 상태로,
데이빗은 안젤라의 아파트 앞까지 따라왔다. 티리에를 만나러 이곳 도시에 왔지만 밤이 되자 마치 안젤라를 위해 온 것처럼 그 집 앞에 당도했다. 그에겐 잘 곳이 없다. 화장실에서 자겠다니, 데이빗, 말도 안 돼. 상가 건물의 화장실 앞에서 둘은 한동안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안젤라의 아파트 불빛은 노랗다. 그런 시간이 흐른다.
안젤라는 곧 누군가에게 전활 건다. 데이빗을 재워줄 누군가. 이곳에서 너를 재워줄 사람이 있을 거야. 너를 아주 잠시. 네 몸을 단 몇 시간 동안 눕게 하는 거잖아. 데이빗이 잊고 있었다는 듯 목소리를 내어 말한다: 원래 그런 게 어려운 거야. 단지, 나를 단, 몇 시간, 그저, 눕게 하는 것.
―「데이빗 안젤라 티리에」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