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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2473
· 쪽수 : 196쪽
책 소개
목차
밤의, 소설가
건우, 변호사
레비, AI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른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건우에게 중요한 것은 그 여자가 윤밤의인지, 만일 그 여자가 윤밤의라면 법률 자문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찾아온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 여자가 윤밤의가 아니라면, 윤밤의는 그 여자와 무슨 관계인지 알아야 한다. 건우는 자기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 사생활이 소설의 소재가 되어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재미있기도 하다. 영화에 우연히 단역으로 출연하는 것처럼 말이다. 무료한 인생에 주어진 공짜 디저트 같은 것 아닌가. 자신이 못난 인물로 그려진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제법 사랑스러운 남자로 그려져 있었다.
건우는 터벅터벅 걸으며 생각에 잠긴다. 가장 비현실적인 것이 현실이 되고 마는 세상에서, 실재와 허구 그리고 꿈을 애써 구별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밤의가 보여주듯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몸으로 소설을 쓰는 일이다. 과연 우리는 삶을 자각몽과 구별할 수 있는 걸까? 건우가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혔을 때, 나란히 걷는 두 사람 앞에 느닷없이 번개가 번쩍한다. 밤의는 재빠르게 두 손으로 귀를 가리고, 건우는 그런 밤의를 보면서 멈춰 선다. 1초나 지났을까? 저마다 잃어버린 진실을 찾아 헤매는 법원 건물 바로 앞에 벼락이 떨어졌나 싶을 정도로, 가깝고 커다란 천둥소리가 복도를 뒤흔든다. 장대비가 짓누르는 한낮의 서울이 마치 밤의 도시 같다.
“사람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 미안하기도 하고,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는 것도 불편하고.”
“우리 솔직하게 살자! 우월감! 창조자로서 우월하다는 느낌이 그걸 압도하니까 계속하는 것 아냐?”
밤의는 로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마음에 깃든 감정을 규정하자 반감이 생긴다.
“그깟 값싼 우월감이 문제는 아니에요. 그냥 먼저 상상해서 쓰고, 실제로 벌어진 일에 맞춰 스토리를 적응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돌발적인 상황에서 거짓말이 계속 가지를 치며 자라나는 게 불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