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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2923
· 쪽수 : 126쪽
· 출판일 : 2024-06-26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시작법 | 안내 | 캉기 | 모험 | g | 시놉시스 | 대화 | 면적 | 사랑하는 사람 | 설계자 | 바퀴의 왕 | 박멸 | 창문
2부
그 시절 | 도망자 | 소음 | 이사 | 역할 | 녹음기사 | 돌 | 경도 | 공중 | 가마 | 두통 | 단체
3부
순서 | 2인실 | 의인법 | 카운터포인트 | 사랑 | 끝 | 여기서부터는 다른 작품입니다 | 모빌 | 그네 | 아쿠아플라넷에서 | 열차 | 제자리 | 목소리
4부
봄 | 오토 | 저글링 | 연행 | 스노볼 | 커튼 | 시차 |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 긴 외침 이후에 | 매듭 | 산책 | 어디야? | 신작
해설
이후의 이야기 · 홍성희
저자소개
책속에서
선생님. 진짜 같은 말을 하라고 하셨지요. 모두 거짓말인 걸 알고 있다고요. 거짓말이지만 진짜처럼 보이는 그런 말을, 진심을 다해서 해야 한다고요. 복잡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요. [……] 선생님, 말씀해주신 것보다 절차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사라졌다, 그렇게 말하면 되는 것이지요? 선생님이 정말 제 눈앞에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거겠지요? 선생님, 저는 배운 대로 잘하고 있는 것이지요? 선생님, 제가 본 선생님을 못 본 척하고, 진심으로 못 본 척하고 여기 있는 문장들을 못 본 척하고 서명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여기서 나갈 수 있겠지요? 네?
―「시작법」 부분
모두가 적이며 나와 연대하는 것들은 바퀴의 왕을 구하려는 바퀴들인 것, 이를 떼어내어 바닥에 뿌리면 그로 인해 번성한 바퀴들이 쉼표와 쉼표 사이에 숨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나는 빵 조각을 발치에 두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바퀴를 밟아 죽이고 있다 터진 바퀴의 머리 위 빵 조각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며 그것을 다시 뭉쳐놓는다 그리고 가능한 한 바닥으로 바닥으로 묻는다 그것은 모든 바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바퀴의 왕은 왜 스스로 굶어 죽지 않는가?
바퀴의 왕은 왜 스스로 벽에 머리를 부딪쳐 죽지 않는가?
―「바퀴의 왕」 부분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너와 나의 발 사이에 놓인 바닥에 붙은 껌을 바라보면서. 머리 위 햇볕이 뜨겁다. 수없이 밟힌 껌은 이미 검어져 껌이 아닌 것처럼 보였으나 점점 바닥으로부터 유리될 것처럼 흐물거렸고 자세히 보면 그것이 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로 밟으면 발바닥에 들러붙을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너에게 한 발 다가갈 것이다. 너 역시 줄곧 바닥을 보고 있었으므로 거기 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너는 처음부터 껌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바닥에는 껌 이외 아무것도 없다. 나는 힘을 준 왼발로 몸을 지지하고 오른발을 우리 둘 사이로 내딛는다. 나는 정확히 껌을 밟게 될 것이다. 이후 어느 방향이든 간에 오른발을 디딜 때마다 바닥에 신발이 붙었다 떨어질 것이다. 이 오후가 지나 바닥이 식을 때까지 우리는 그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사랑」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