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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불운

한낮의 불운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

베로니크 오발데 (지은이), 이세진 (옮긴이)
다산책방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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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불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한낮의 불운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30674995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6-03-06

책 소개

프랑스 문단의 탁월한 이야기꾼, 베로니크 오발데의 연작소설집 『한낮의 불운』이 출간되었다. 『한낮의 불운』은 2024년 ‘봄의 공쿠르상’으로 불리는 공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경쾌한 위트로 삶의 명암을 묘사하다
불완전한 삶의 정직한 기록자
베로니크 오발데의 첫 소설집


베로니크 오발데는 처음 소설을 발표한 2000년부터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입지를 다져온, 동시대 프랑스 문학의 중심에 선 작가다. 그녀는 20여 년 동안 1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며 퀼튀르-텔레라마 소설상, 프랑스 텔레비전 소설상, 엘르 독자 대상, 로망시에르상 등 주요 문학상을 석권했고, 노벨문학상, 부커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공쿠르상의 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평단의 확고한 지지와 더불어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대중적인 인기까지 확보한 오발데는 주로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작가였다. 『한낮의 불운』은 그런 오발데가 데뷔 24년 만에 출간한 첫 소설집이다. 프랑스에서 단편소설은 일반적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장르지만, 『한낮의 불운』은 2024년 출간 직후 〈르 몽드〉, 〈코스모폴리탄〉 등 수많은 매체의 호평을 받으며 공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하는 독보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간 국내에 소개된 공쿠르상 수상작 대부분이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이었던 반면, 이 소설집은 삶의 아이러니를 산뜻한 목소리로 전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오발데는 실패와 우연, 오해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만들어 내는 크고 작은 비극을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풀어나간다. 허망한 죽음이나 갑작스러운 해고같이 부조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삶의 부분을 여과 없이 내보인 후에 “어찌 보면 불행에도 약간의 쓸모는 있다”(「미래의 남자와 철조망 소녀」)며 너스레를 떠는 식이다.
웃음 뒤에서 오발데는 섬세한 시선으로 삶의 미묘한 결을 정확히 짚어낸다. 인물의 내면을 상세히 살피면서도 그들의 감정에만 몰두하지 않고, 인물이 자신의 세계에 매몰되기 직전에 타인과 바깥 세계를 환기하며 절묘한 균형을 유지한다. “신랄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인물들을 향한 다정함을 지닌”(〈르 피가로〉) 오발데는 『한낮의 불운』에서 자신의 능력을 어김없이 발휘하며, 삶과 세상의 균형점을 훌륭히 포착해 웃음과 문학적 깊이가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각자의 결함이 모여 만들어낸
사랑스럽고 생생한 인간 풍경


『한낮의 불운』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담은 여덟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각의 작품은 독립적인 서사를 지니지만, 동시에 인물들은 서로의 삶에 얽혀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중개인 에바 코파는 「“당신은 성공으로 빛나고 있네요”」의 주인공이면서, 다른 이야기들에서는 누군가의 엄마, 이웃, 혹은 동업자로 스쳐 지나간다. 앞선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음 작품에서 조연으로 등장해 커다란 세계를 구성하며, 얽히고설킨 이야기의 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지어나간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오귀스트 바라카가 겪은 낭패들」에서 오귀스트는 대대로 이어지는 불운의 기질을 지닌 인물이다. 유난히 운이 좋던 목요일 아침, 그는 들뜬 마음으로 계약한 음향 작업실에 숨겨진 비밀을 끝내 알아차리지 못하며 또다시 불운에 빠지고 만다. 그 계약을 성사시킨 부동산 중개인 에바는 다음 이야기 「“당신은 성공으로 빛나고 있네요”」에 다시 등장한다. 만원 버스에서 삶의 피로를 곱씹던 그녀는 집에 돌아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지만, 어느새 성장한 딸이 자신의 손을 꼭 잡아주는 순간 단단한 행복을 느낀다. 이 두 이야기는 불운한 순간과 행복한 순간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으며, 때로는 겹쳐지기도 한다는 아이러니한 삶의 진실을 보여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더 기묘하고 역설적인 유머를 보여준다. 「미래의 남자와 철조망 소녀」에서 에바의 이웃집 할머니 라셸은 강도 침입 사건을 겪고, 위기 상황은 생각지 못한 결말로 흘러간다. 「슈뮐 박사에게 나타난 기이한 새」와 「제대로 쓰이지 못한 재능」에서는 도도새 박제를 둘러싼 사기극이 펼쳐지지만 인물들은 죄책감보다 기묘한 만족과 해방을 느낀다. 이야기들에서 불운은 극적인 파국으로 치닫는 대신 그저 새로운 삶의 한 장면이 된다.
마지막 단편인 「동네의 여왕」에서 한때 친구에게 버려졌다고 느꼈던 조는 뜻밖의 계기를 통해 경쾌한 웃음을 되찾는다. 불운과 상실을 겪은 인물들은 결국 다시 미소 짓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불운은 종착지가 아니라 또 다른 국면을 향한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살아가는 일은 곧
삶의 아이러니와 불운을 끌어안는 일


소설은 가족의 죽음, 해고, 침입, 배신 같은 불운한 사건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부정적 사건들은 우리를 영영 빠져나올 수 없는 절망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밝은 순간과 얽히며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낸다. “딸이 자기 손을 꼭 잡은 오늘 저녁, (맥주의 효과도 한몫하여) 에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그녀는 이런 유의 말은 황홀하리만치 꼭 그대로 되곤 한다는 것을 알기에 딸에게 몸을 숙이고 속삭인다. 우린 잘 해낼 거야, 우리는 항상 잘 해내잖아.”(「“당신은 성공으로 빛나고 있네요”」) 일상이 충격으로 굴절될 때, 오발데는 다시 한번 삶의 가능성을 비춘다. 가족과 친구, 이웃과 손을 잡고 살아가는 일을 되새기는 것이다. “너는 달의 뒷면 같은 아이란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절대로 볼 수 없는 면 말이야. 사람들은 거기에 궁궐과 오아시스가 넘쳐난다는 걸 믿지 못해. 하지만 엄마는 알아.”(「제대로 쓰이지 못한 재능」) 이는 울퉁불퉁한 삶의 길을 걸어가는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누는 결심이자, 독자들을 향한 위로이기도 하다.
짧지만 다채로운 이 연작에는 “고통스럽고도 우스운 삶들 속에 섬세한 문장력으로 밀어붙이는 살고자 하는 분노”(〈엘르〉)가 살아 숨 쉰다.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이 분노들은 삶의 열망으로 옮겨붙어, “어느 방향으로든 뻗어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오발데는 불운을 견디고 지나 보내는 인물들을 통해 말해준다. 인생의 명암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아이러니를 이해하는 순간, 삶은 조금 더 견딜 만해진다고.

목차

오귀스트 바라카가 겪은 낭패들
“당신은 성공으로 빛나고 있네요”
자기에게로 가는 길
미래의 남자와 철조망 소녀
슈뮐 박사에게 나타난 기이한 새
제대로 쓰이지 못한 재능
범람하는 물
동네의 여왕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베로니크 오발데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2년 프랑스 르페뢰쉬르마른에서 태어났다. 문학 편집자이기도 한 그녀는 2000년 장편소설 『물고기들의 잠Le sommeil des poissons』을 통해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며 프랑스 퀼튀르-텔레라마 소설상, 프랑스 텔레비전 소설상, 엘르 독자 대상, 로망시에르상 등 다양한 문학상을 받았고 공쿠르상 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연작소설집 『한낮의 불운』으로 2024년 공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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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진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강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철학과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중 프랑스 문학 작품으로는 필립 클로델의 『회색 영혼』, 장폴 뒤부아의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에르베 르 텔리에의 『아노말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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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는 의사에게 처방받은 항불안제를 먹었는데 그 약은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켰다(한동안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심하게 땀이 났다).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그는 짧은 여행을 떠났고 어느 마을에서 만난 등산객들과 저녁에 술집에서 한잔하다가 바로 옆에 있는 묘지로 오줌을 누러 나갔다. 그가 몸을 기댄 묘석이 쓰러지면서 발가락을 짜부라뜨렸고 결국 발가락 두 개는 절단해야 했다.


그녀는 그들 모두가(그녀 자신도 포함해) 타인의 삶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엑스트라.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살해당하거나 용암에 쓸려가는 단역. 하지만 자기 삶에서는 그들 자신이 중심이다. 자기 자신의 다림줄. 이렇게 제한된 공간에 다림줄들이 결집해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러다가 폭발해 버릴 수도 있을 텐데. 그녀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떼 지어 떠오른 말풍선을 상상한다. 저마다 이런 대사를 치고 있겠지. 나는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야.


그녀가 보기에는 모든 것이 젠더로 규정되어 있었다. 남자의 색이 있고 여자의 색이 있었다. 여자가 먹는 것(토마토와 참치 통조림)이 있고 남자가 먹는 것(스테이크와 키위)이 있었다. 여자의 여행지(노르망디와 키브롱 반도)가 있고 남자의 여행지(비외부코, 알프뒤에즈)가 있었다. 여자의 가구(바에 놓는 키 큰 스툴, 화장대로 쓸 수 있는 세 칸짜리 서랍장)가 있고 남자의 가구(발을 편하게 올려놓을 수 있는 낮은 스툴, 소파)가 있었다. 자동차, 비누, 책(그녀의 아버지는 여성 작가의 책을 절대로 읽지 않았다. 그게 대단히 권위 있는 원칙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이다), 그 외 나머지, 우리가 아는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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