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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그대의 차가운 손](/img_thumb2/9788932043326.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3326
· 쪽수 : 329쪽
· 출판일 : 2024-11-0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그녀의 차가운 손―序
1부 손가락
외삼촌 | 미소 | 침묵 | 진실 | 용기 | 내 웃음 | 그의 손가락
2부 성스러운 손
슬픈 얼굴 | 아름답다는 것 | 계시 | 외계인 | 괴물 | 추운 입술 | 관(棺) | 그녀의 눈 | 시간 | 흉터 | 비밀 | 증거 | 토끼의 눈 | 잔해 | 러닝 머신 | 행복 | 사랑 | 웃음 소리 | 침묵 | 연극 | 뭉개어진 얼굴
3부 가장 무도회
입술 | 거울 속의 여자 | 악몽 | 모형의 집 | 목소리 | 진짜와 가짜 | 더러움 | 천국 | 멀지 않은 눈 | 데드마스크 | 재회 | 따뜻한 손 | 막(膜) | 당의정 | 피로 | 껍데기와 껍질 | 껍질 벗기 | 네가 원하는 것 | 가면 뒤의 얼굴 | 내 손가락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안은, 시커멓게 비어 있었다.
마치 벗겨낸 가족을 기워놓은 것처럼, 작가는 조각조각 나누어 뜬 석고의 껍질들을 붙여놓았다. 필시 고의적으로, 섬세하게 이음선을 다든는 대신 오히려 덕지덕지 석고를 덧이겨놓았다. 마치 거꾸로 솔기가 보이도록 박은 옷처럼.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일그러진 괴인간처럼. 폭사한 시체를 수습해 꿰매놓은 것처럼.
그녀의 눈은 마치 내 피부를 꿰뚫고, 내장과 혈관들을 꿰뚫고,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영혼이라는 것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눈을 좋아한 적이 없다. 혐오하지는 않는다. 다만 애처로울 뿐이다. 온몸을 던져 진실을 믿고 보여주려 하는 부류의 사람들, 죽었다 깨어난대도 포커 페이스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내 마음을 끌지 못한다.
내가 알게 된 것이란, 진실이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거였다. 실제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고, 그러고 나서 나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 인내한다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소화해낼 수 있으며─소화해내야만 하며─결국 내 안에서 진실이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