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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3371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4-11-2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흰 꽃 | 판지에 파스텔 | 보헤미아 유리 | 호우 | 끝의 | 긋 | 닻새 | 딸기밭 | 그 사람 | 닻 | 외박
2부
나비와 망치 | 당집 | 오우무아무아 | 쉿 | 쉬 | 이불을 꿰매며 | 잠 없는 꿈 | 홍차 | 묘 | 거미 | 살로메의 쟁반 | 마디
3부
티빙 | 염소 | 포도밭 | 삽 | 파 | 컷 | 팬데믹 | 제이핑크와 함께 춤을 | 쿵 | 외길 | 붕 | 개의 뿔 | 망치
4부
환생 | 잠 없는 자국 | 돌돌 | 돌의 돌 | 채석장 | 삼천칠백사십오 일째 | 토란 사과나무 로터리 | 조이와 티거 | 꾸욱 | 눈밭 | 혜화아름누리점 | 잠 없는 극 | 만해의 집
해설
광물의 식물학·이은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타일 줄눈을 타고 내려온다
줄도 없이 중력도 없이
털을 가다듬고 잠시 쉰다
다리를 뻗어
타일 줄눈을 잡아당긴다
욕실은 찌그러진다
―「거미」 부분
공연은 매진이었다. 고무줄을 매단 소년 배우가, 그로 말하자면 한때 신동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빛낸 자였는지라, 약간의 자아도취에 빠져 제트기처럼 활강과 상승을 반복하다가, 아직 공사 중인 VIP 라운지로 곤두박질쳤다. 내장 공사를 마치고 보안 시스템만 손보면 되는 상태였는지라 마침 라운지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년은 발코니로 나가 까마득한 관중석 아래 필드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도 소년을 찾지 않았다. 월계수로 노를 삼고 풀잎을 삿대 삼아 물을 저으며 나아가니 강물 위로 달빛이 흩어졌다.
―「펜데믹」 부분
노랗다는 건 주관적이고 검다는 건 과장이다. 닦인 자국이 덜 닦인 자국을 묘사할 수도 없고 신앙할 수는 더더욱 없다. 그러니 이쯤에서 받아들이기를 바라.
옷장 안의 태양이 하얗게 부풀어 오른다. 장롱 문짝이 기울어진다. 인터넷으로 힌지를 주문하고 중화제를 검색한다.
먼지 공이 자국 위로 떨어진다.
―「잠 없는 자국」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