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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4187
· 쪽수 : 188쪽
· 출판일 : 2025-07-07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일틱 프로젝트 | 동창회 | 도서관귀신하기 | 일틱 프로젝트 | 없음갖기 | 일틱 프로젝트 | 가는 기둥 모양의 아상블라주 | 내가모르는나들이 | 테디베어
2부
플레이 리스트 | 공이라 명할 수 있을 때까지 | 플라세보이펙트 | 수몰 푸가 | 플라세보이펙트 | 플라세보이펙트 | 클롭서클만들기 | 섀도
3부
우리는 오래전에 도착했고 소도였다 어두컴컴 젖은 레몬그라스 들판과 이따금 허공으로 솟구치는 페어들 | 루주 | 오닉스 | 보드 | 금정포 | 금정포 | 금정포 | 음력설 | Homeplus
4부
일기장 | 공작소의 왕 | 농장 | 농장 | 억만노크 | 기억의 습작 | 농장 | 미세하고 단단한, 광택이 있는, 바스라지거나 휘발되지 않는, 오래오래 보존되는 | 나의 시의 전경
5부
그해, 후쯔에서 | 그해, 후쯔에서 | 그해, 후쯔에서 | 그해, 후쯔에서 | 그해, 후쯔에서 | 그해, 후쯔에서 | 그해, 후쯔에서 | 그해, 후쯔에서 | 그해, 후쯔에서 | 그해, 후쯔에서
해설
퀴어 노스탤지어의 미래 · 강동호
저자소개
책속에서
휘발되고 싶을 때마다 위층으로 올라갔어 도서관귀신하려고. 건전 서적 읽으러 오는 이들의 발밑에 아름답고 흉흉한 나의 전기(傳記)를 던져놓고 싶었다. 고요와 탄내로 북적이는 그곳 선반에 앉아. 느긋하게 기다렸지 나 발이 자라나기를. 돌아오기를. 하나의
사서를
그는 젊고 흑발이고 추수철 논밭의 금빛 담긴 눈동자를 갖고 있었어. 새를 기르고 풀어주는 것이 취미라고 했다. 단단히 묶인 끈들을 풀어버린 뒤, 그 전의 매듭이 더 아름다웠음을 깨닫기 좋아하는 이였어.
사서에게 기억되고 싶었던 건 그가 훌륭한 서기였기 때문이다. 학자나 신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상으로서의 나 사랑하고 싶었어. 책이 내 손끝 떠나갈 때마다 자꾸만 나의 손 길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도서관귀신하기」 부분
여름 장미가
울타리를 잡아먹고 있었다
아름답도록
사람들이
그 앞에서 셀피 찍었다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포즈로
“나도 장미를 만들 수 있는데
극한의 극한까지 벌릴 수 있는데”
이런 생각
이런 나는
금기일 것이다
―「플라세보이펙트─플레이 리스트」 부분
Open Sesame!¡┃
닫힌 문을 발견한 건 아주 어릴 때였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팬티를 발목까지 내리고, 나의 장골 부근에 생겨난 넓고 푸른 반점을 응시했다.
“안쪽에는 무엇이 있어?” 묻자 문은 “법정이 있어” 대답해주었다.
도시가 있고 천체도 있다고 했다. 나는 낮고 희붐한 문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Open Sesame!¡┃
이제 나는 어렵지 않게 나의 몸 안팎에서 닫힌 문을 발견할 수 있다. ː 다려놓은 셔츠에서, 어금니 금박에서, 마시려 집어 든 물컵에서, 초리소(chorizo)에서, 배꼽에서, 공원의 시궁쥐 사체에서, 손톱 밑에서, 귓바퀴 뒤에서, 귀두 둘레에서, 산길에 남은 발자국 틈에서, 물결무늬 식탁과 의자와 식기에서.
최근 병원에서 내부를 촬영한 적 있다. 상담의는 내게 내장에 흰 무언가 가득 차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닫힌 문이었다. 그들 알상자처럼 우글우글 모여 있던 것이다.
―「억만 노크」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