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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2044330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5-09-05
책 소개
목차
1장 로딩중
2장 싱크아웃 걸
3장 포커스아웃 보이
4장 미리 도착한 대답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 얼굴은 흐릿하다. 얼굴에만 모자이크 처리를 한 사진처럼.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만져진다. 눈도 크고 코도 오뚝하고 입술도 두꺼운 편이다. 하지만 내 얼굴을 보려고 하면 이목구비의 선이 뭉개지고 흐릿하게 보인다. 멀리서 봐도 흐릿하고, 가까이서 봐도 흐릿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도 그렇고 내가 거울을 볼 때도 그렇다. 마치 내 얼굴 앞에만 반투명 마스크가 쓰인 것처럼 보인다. (1장 「로딩 중」)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면 엄마는 늘 호들갑스럽게 반가워한다. “진이 잘 갔다 왔니?” 하고 내 이름을 먼저 불러서 확인하고, 두 손을 내 얼굴에 대고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3D 스캔을 하듯이. 보는 것으로는 내 얼굴에 닿을 수 없으니 촉감으로 가닿겠다는 듯이. 내 얼굴이 지도인 것처럼. 내 눈과 코, 입의 굴곡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으로 포옹을 대신한다.
그럴 때 엄마의 손가락 끝은 눈 같다. 그 손가락들은 내 흐릿한 얼굴 뒤의 진짜 얼굴을 알고 있다. 눈이 담지 못하는 것을 두 손에 다 담아간다. 대화 없이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감정이 손가락을 따라 다 전해지는 것 같다.
그런 인사법 덕분인지 엄마와 아빠는 늘 내 감정 상태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 힘들어서 표정이 굳은 날,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날, 화가 나 있는 날…… 말로는 알리고 싶지 않은 내 기분을 엄마 아빠는 다 알고 있다. 그렇게 손끝으로 숨김없이 연결된 것 같아서, 어떨 때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22퍼센트의 내 얼굴이 영원히 오지 않기를, 영원히 로딩 중이기를 바라기도 한다. (1장 「로딩 중」)
내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내 얼굴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대입해 보는 사람들을 수없이 겪으면서,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느꼈다. 매일 학교와 집을 눈을 뜬 채로 오가지만, 내가 무엇을 봤는지 떠올려보면 정작 기억에 남는 거라곤 거의 없었다.
영민이랑 길을 걷다 보면 내가 보지 못한 것을 영민이는 보곤 했다. 관심이 많으면 그만큼 세상에 많은 것이 존재했다. 관심이 없으면 있는 것도 없는 것이 된다. 그러니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맞고, 지금 내 눈앞에는 내가 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들만 있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보기 때문에 세상이 존재한다. (2장 「싱크아웃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