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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32375823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2-12-15
책 소개
목차
1 글씨부터 만난 사람
2 운명아, 덤벼라!
3 한서 이불, 논어 병풍
4 백탑동 사랑방
5 누이여! 아, 누이여!
6 중국을 밟다
7 청을 배우리라
8 대궐에 들어가다
9 규장각 검서관이 되어
10 눈앞이 캄캄해지다
11 반성문을 써 올리라
12 세상에 나 홀로구나
13 벗 만나러 가는 길
14 작가의 말_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책속에서
우린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음을, 나의 운명이 나만의 운명이 아닌, 우리의 운명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능력이 어떻든 간에 세상은 우리에게 곁을 내어 주지 않았다. 사람마다 주어진 운명이 다르고,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다 가는 것이 내 운명이라고 여기면 될 터였다. 하지만 나는 그러기 싫었다. 세상이 곁을 내어 주지 않는다면, 내가 자리를 만들면 된다. 운명이 나를 휘두른다면, 나도 운명을 휘두를 테다.
운명아, 덤벼라! 내가 맞서 주마.
그런데 요동 벌판에 서고 보니, 내 삶을 가두던 높은 담장도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원해 온 대로 요동 땅을 밟았듯, 내 꿈도 내 길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야지요.”
“가야지.”
“앞으로 나아가야지요.”
“앞으로 나아가야지.”
이덕무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고 씽긋 웃었다.
이젠 내 후손에게도 꿈을 가지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요동의 흙바람을 씻어 내듯, 나는 슬쩍 눈가를 훔쳐 냈다.
“박제가를 규장각 검서관으로 임명하니, 분부대로 행하라.”
규장각? 검서관? 규장각이라면 주상 전하가 왕위에 오르자마자
새로이 세운 기관이었다. 조선의 학문을 새롭게 세우려는 전하의 뜻을 담은 곳이었다. 게다가 검서관이라면 책을 검토하고 교정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관직이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나는 땅에 납작 엎드렸다. 왈칵 눈물이 솟았다. 서얼 출신으로 이 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줄 알았건만, 중국에 갈 기회도 있었고 이번엔 정식 벼슬을 얻어 궁궐에 드나들게 된 것이다. 꿈만 같았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은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