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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11991
· 쪽수 : 454쪽
· 출판일 : 2012-02-15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제5부
역자 해설
생물적 덫과 단독 평화 조약
어니스트 헤밍웨이 연보
리뷰
책속에서
내가 휴가를 가 있던 동안 모든 일이 더 잘 돌아간 듯했다. 공격이 곧 다시 시작된다는 얘기가 들렸다. 우리가 소속된 사단은 강 위쪽 어느 장소를 공격할 예정이었는데, 공격하는 동안 내가 앰뷸런스 진지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소령은 말했다. 공격은 비좁은 협곡 위의 강을 건너서 언덕 쪽으로 전개될 것이었다. 앰뷸런스들을 준비할 위치로 가능한 한 강 가까운 쪽을 선택하고 차량들을 위장해 놓아야 했다. 실제로 그 지점들을 선택하는 건 보병들이지만 그래도 우리 의무대가 선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긴 하다. 그것으로 의무대는 실제로 참전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먼지를 많이 뒤집어쓰고 지저분해진 터라 난 2층 방으로 씻으러 올라갔다. 리날디는 휴고의 영문법 책을 든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 옷을 잘 차려입고 검은 장화를 신은 그의 머리카락이 반짝거렸다.
「잘 왔어.」 그가 나를 보자 말했다. 「같이 미스 바클리를 만나러 가자고.」
「싫어.」
「가세. 제발 같이 가서 내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도록 좀 도와줘.」
「알았네. 씻을 테니 좀 기다려.」
나는 빌라 현관홀에 앉아 캐서린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누군가 통로를 걸어 내려왔다. 나는 일어섰다. 하지만 그 사람은 캐서린이 아니라 미스 퍼거슨이었다.
「안녕.」 그녀가 말했다. 「캐서린이 오늘 저녁엔 당신을 만나지 못한다며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요.」
「유감이군요. 아픈 게 아니길 바랍니다.」
「몸이 아주 안 좋아요.」
「내가 안타까워하더라고 전해 주시겠어요?」
「네, 그러죠.」
「내일 다시 와서 만나려는데, 괜찮을까요?」
「예, 괜찮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말했다. 「좋은 밤 보내요.」
문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외로움과 허전함이 느껴졌다. 나는 캐서린과의 만남을 아주 가볍게 생각했고 술을 마시다가 약속을 잊어버릴 뻔하기까지 했지만, 막상 그녀를 만나지 못하자 외로움과 허전함이 밀려왔다.
나는 집어 든 치즈의 끝 부분을 먹고서 와인을 한 모금 했다. 다른 소음들 속에서 털털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추-추-추-추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다가 용광로 문을 활짝 열었을 때처럼 섬광이 번쩍거렸다. 처음에는 백색으로 시작되었으나 빠르게 다가오는 바람 속에서 점점 붉은색으로 바뀌어 갔다. 숨을 쉬려 했으나 쉬어지지 않았다. 몸이 나 자신으로부터 계속해서 바깥으로, 바깥으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 속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몸 전체가 순식간에 밖으로 날려 갔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가, 방금 죽었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인가 싶었다. 이어 허공에 떴다가 뭔가 느낄 새도 없이 떨어졌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의식을 찾았다. 땅이 온통 파여 있었고 머리 앞에는 조각난 나무 기둥이 널브러져 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중에도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강 건너편에서, 또 강둑에서 격렬하게 발사되는 소총과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 커다랗게 물 튀기는 소리가 나더니 조명탄이 하늘로 올라가 터져 하얗게 떠도는 것이 보였고, 이어 로켓탄과 포탄이 발사되는 소리도 들렸다.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