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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16958
· 쪽수 : 384쪽
책 소개
책속에서
잠시 궤도를 벗어나 빗나가던 대화의 열차는 곧 평상시의 궤적으로 끌려 돌아왔다. 딕슨은 완전히 포기했고, 드디어 본관 건물 층계에 다다르자 다리에 뻣뻣하게 힘을 주었다. 그는 교수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번쩍 들어 올려서 털이 복슬복슬한 청회색 조끼를 힘껏 쥐어짜 숨통을 끊은 후, 그의 몸뚱어리를 짊어지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서 복도를 지나 교직원 탈의실로 들어가서는, 앞코 없는 구두를 신은 지나치게 작은 그 두 발을 화장실 변기에 쑤셔 넣고 물을 한 번, 두 번, 계속 되풀이해 내리며 그 입에 휴지를 마구 쑤셔 넣는 상상을 했다.
마거릿이 이런 말싸움을 걸어오는 걸 그렇게 싫어하게 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처럼 대답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딕슨은 말했다. 「가서 진찰이라도 받아 보지 그러세요?」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가 상체 절반을 끄덕거리더니 작곡가의 응원을 받으며 뭔가 정신없고 선율도 없는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버트런드가 딕슨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저음이었다.
「담당 정신과 의사가 누구냐 이 말입니다.」 딕슨이 사격 범위를 넓히며 말했다.
「이것 봐요, 딕슨, 말하는 거 보니 한 방 제대로 맞아 콧대가 납작해지고 싶은 모양인데, 맞소?」
딕슨은 흥분하면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설마 그 한 방 날릴 사람이 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버트런드가 이 수수께끼에 얼굴을 구겼다. 「뭐라고?」
「그딴 수염을 기르고 있으면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요?」 단순한 말투로 바꾸자 딕슨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좋아. 잠깐 밖으로 나오는 게 어때?」
수위는 군복처럼 재단된 올리브그린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어울리지도 않는 높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얼굴이 길고 어깨가 높은 남자로 코털이 비어져 나와 있었고 나이는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원래 표정 변화가 없는 사람이라 딕슨을 본다고 달라질 리 없었다. 계속 다가오던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 잭슨 씨.」
딕슨은 전혀 새로운 미지의 인물을 찾아 열심히 두리번거리기라도 할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 마코노치 씨?」 친절하게 대답했다.
「잭슨 씨, 웰치 교수님을 찾는 전화가 왔는데요, 아무리 찾아도 안 계시네요. 대신 전화 좀 받아 주시겠습니까? 역사과 다른 분은 찾을 수가 없어서요.」 수위의 설명에 그는 응수했다.
「네, 그러죠. 여기서 받을 수 있습니까?」
「감사합니다, 잭슨 씨. 여기 전화는 공공 전화 교환소로 이어져서 여기서 받으실 순 없습니다. 교수님을 찾는 숙녀분은 대학 전화 교환소로 거셨거든요. 학장님 연구실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거기서 전화받으셔도 괜찮을 겁니다.」
숙녀라? 웰치 부인이나 예술과 관련된 딱한 반미치광이가 틀림없었다. 웰치 부인이 차라리 나을 텐데, 적어도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나 있을 테니, 하지만 이불 홑청이나 탁자 건을 알아내고 전화하는 거라면 더 나쁘지. 왜 그를 혼자 좀 있게 내버려 두질 못하는 거야? 다들 모조리 하나같이 왜 지금 당장 지금 이대로 그를 내버려 두고 혼자 좀 있게 해주질 못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