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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18594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7-10-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당신이 퍼내는 똥
덤 덤 도넛 지식인 모임
정확한 잔돈, 또는 선과 버스 승차 및 관계 회복의 기술
시티 라이트: 막간의 이야기
멕시코인이 너무 많아
사과냐 오렌지냐
순전한 흑인
종결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흑인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물건을 훔쳐 본 적이 없다. 세금이나 카드 대금을 내지 않은 적도 없다. 극장에 표 없이 숨어 들어간 적도, 상업주의와 최저 임금제에 무심한 편의점 점원이 거스름돈을 더 주었을 때 그냥 받아 간 적도 없다. 빈집을 턴 적도 없다. 주류 가게에서 강도질을 한 적도 없다.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 노약자 전용 좌석에 앉아 얼굴에 변태 같으면서도 어딘지 뚱한 표정을 짓고서 거대한 페니스를 꺼내 자위를 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여기, 미합중국 대법원의 휑하니 커다란 방에 와 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나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흑인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때는 우리가 정말로 뭔가 잘못했을 때뿐임을 드디어 알게 되었다. 그래야만 우리가 흑인이지만 동시에 무죄라는 인지 부조화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는 사실이 어떤 면에서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디킨스는 이와는 다른 종류의 변화를 겪었다.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맑은 아침, 눈을 떠보니 도시의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디킨스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사라지고 없었다. 공식 발표도, 신문 기사도, 저녁 뉴스 방송도 없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대부분의 디킨스 시민들 역시, 이곳 출신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이 놓였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 「집이 어딘가요?」라는 질문에 「디킨스」라고 대답하자 상대가 미안하다는 듯이 눈길을 돌리는 것을 보며 부끄럽지 않아도 되니까. 「물어봐서 미안해요! 날 죽이지 말아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