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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491042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4-06-0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아쿠아리움에서
해양 동물 수의사를 꿈꾸다 │ 카멜레온의 죽음 │ 꼬리 없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 │ 카메라 앞에 선 수달 │ 살아난 홍따오기 │ 물범의 임신 │ 아기 물범의 탄생 │ 바다코끼리의 치과 수술 │ 비버의 죽음 │ 눈병 걸린 바이칼물범 │ 작은발톱수달의 청진기 훈련 │ 재규어와의 인연
2장 청주동물원에서
너구리의 골절 수술 │ 탈출하는 동물 │ 동물원의 강아지 │ 사육 곰의 운명 │ 도도하지 않은 사자 │ 두 마리의 수컷 사자 │ 동물원 밖 야생동물 │ 독수리의 비행 │ 낙하하는 새
3장 동물원의 꿈
사육사였던 수의사 │ 동물 한 마리보다 중요한 것 │ 살리는 일만큼 중요한 일 │ 아픈 동물들의 동물원 │ 동물사와 야생동물 방사 훈련장 │ 사람도 위하는 동물원 │ 애도하는 방법 │ 동물원의 꿈 │ 다음에 올 수의사에게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청주동물원은 다치고 병든, 장애를 갖게 된 동물을 적어도 쓸모없어진 물건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인식과 제도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곧 다른 동물 시설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해 주면 좋겠다. 아픈 존재에 대한 포용까지 배울 수 있는 공간, 이것이 오늘날 동물원의 또 다른 존재 가치라고 나는 믿는다. 태일이도 그런 시설의 넓은 공간에서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내키지 않을 때는 사람들을 피해 내실에서 실컷 자면서 잘 지내다 가면 좋겠다. 다시 만나면 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
수의사라면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그 순간에 후회와 부끄러움이 남지 않는 처치를 했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안다. 후회와 미련이 남는다면 앞으로는 그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어찌할 수 없는 결과를 맞았다면 진정 최선의 처치였는지 계속 되뇌어야 한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하루하루 쌓여가는 수많은 삶과 죽음을 통해 내 진료의 불완전함을 발견하고 개선해 전보다 나은 진료를 하는 것뿐이다. 자만이나 죄책감, 비애에 취하기보다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이 고마운 삶과 안타까운 죽음에 보답하는 길이다. 이 자명한 사실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닫는다.
다행히 최근 동물원·수족관법 제정으로 일정 수준의 환경을 갖춘 곳만이 동물원 개장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동물권 인식의 변화, 동물원 업계 관련자들의 노력 덕분에 마구잡이식으로 야생동물을 구입하는 분위기도 대체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행되는 야생동물 거래 이야기를 멀리서 들을 때마다 나는 비버의 죽음을 떠올린다. 내 손안에서 힘없이 꺼져간 숨을. 그토록 생생하게 손안에 남은 좌절감과 슬픔, 분노와 후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