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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민속/한국전통문화
· ISBN : 9788934927037
· 쪽수 : 225쪽
책 소개
목차
시작하는 글 / 얘들아, 나들이 가자꾸나
1. 부끄러운 새색시가 좔좔좔 소피 누는 소리
2. 선비의 도포자락에 숨은 세숫대야
3.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의 시름도 깊어 가는데
4. 산마루에 떠도는 무심한 구름
5. 허리춤에 매달린 선비의 필낭
6. 접어도 접어도 다 숨기지 못할 소녀의 비밀 주머니
7. 좋은 친구와 함께 한 여행
8. 가늘고 섬세하게 춤추는 글자들
9. 지혜야 샘솟아라
10. 빗접상자를 얻으면 미녀가 온다네
11. 선비의 얌전한 갓 상자
12. 사람향기가 풀풀 나서 좋구나
13. 분명한 세상을 헛갈리게 하라
14. 괜한 인연은 아닌 걸
15. 글 읽는 선비의 밤을 밝혀준 등경걸이
16. 할일 없는 선비가 시간을 보내는 법
17. 노엮개로 캔버스를 만들어 호랑이를 그리다
18. 사이 좋게 백년해로 하여라
19. 여행자의 작은 버섯술잔
20. 종이 바랑 둘러메고 떠도는 인생
21. 세간을 팔아야 밥 한 끼 먹지요
22. 빼앗아온 보물상자
23. 서방님 손톱발톱 가지런히 담아두니
24. 죽을 때가 가까워야 팔 수 있답니다
25. 설마 돌려달라고 하지는 않겠지
26. 달력, 우주의 진리를 고민하다
27. 하늘의 지도를 따라서
마치는 글 / 종이와 더불어, 나는 섬으로 간다
리뷰
책속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의 마지막 주인이었던 그 집 마님은, 내 앞에서 핸드백을 훌훌 펼쳐 보이기 시작하셨다. 하나의 평면에서 네 개의 삼각기둥이 솟아 나와 서로 감싸듯이 비키듯이 곱게 포개진 모습. 이것을 하나 열고 둘 열면, 그것이 또 다른 공간으로 연결돼 있고, 셋 열고 넷 열면, 다시 또 다른 공간으로 연결돼 있다. 사람이 사람과 연결돼 있고, 사람이 자연과 연결돼 있고, 자연은 또 우주와 연결돼 있는 만물일체의 풍경이 바로 이 모습이 아닐까. 작은 주머니 둘을 함께 펴면 중간 크기의 주머니가 되고, 작은 주머니 넷을 열면 큰 주머니가 또 생긴다. 어떻게 이런 구조를 생각해냈는지, 그 지혜와 총명함이 보통이 아니다. 워낙 주머니가 많아서 어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꼼꼼히 기억해두어야 하니, 이 물건을 만든 규수는 머리가 비상했음이 틀림없다. - 본문 중에서
꽃 가마에 탄 새색시는 신랑 집까지 길을 가면서 소피 마려움을 어떻게 참았을까? 살면서 단 한 번도 궁금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 이 요강을 보자마자 궁금해졌고 곧바로 그 의문이 풀렸다. 아, 새색시에게는 요강이 있었구나. 그것도 부스럭거리며 작은 엉덩이를 걸쳐도 소리 하나 내지 않는 작고 새침한 종이 요강이. 지름이 반 뼘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종이 요강에 걸쳤을 막 결혼한 각시의 보드랍고 작은 엉덩이. 연지 곤지 찍고, 족두리 쓰고, 혼례복 입고, 흔들거리는 꽃 가마 안에서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볼일을 보았을 각시의 부끄러움. 이 종이 요강은 그걸 보았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