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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88935665198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첫번째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
네번째 이야기
다섯번째 이야기
여섯번째 이야기
일곱번째 이야기
여덟번째 이야기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한번 생각해 보렴. 내가 30분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헤물렌 취주 악대에 들어가고 싶어 했을 거야. 하루만 일찍 태어났어도 세상에서 제일가는 도박꾼이 되었을지도 모르고(그러니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은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거야).
헤물렌 여사는 내 별자리를 짚어 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큰 소리로 말하더구나.
“너그러운 녀석이 되긴 글렀군. 흠, 재주가 지나치게 많아.”
호지킨스가 자랑스럽게 말했어.
“내 배야, 지붕이 있는 배!”
나는 얼떨결에 물었어.
“응, 무슨 배라구?”
호지킨스는 다시 한 번 또박또박하게 말했어.
“지붕이 있는 배라구. 그러니까 ‘배 위에 지은 집’이라고 할 수 있어. 또는 ‘집 밑에 만든 배’라고도 할 수 있고. 쉽게 말해서, 배 위에서 산다는 얘기야. 멋있고 실용적이지.”
“그럼 집은 어딨어?”
내가 이렇게 묻자, 호지킨스가 발로 커다랗게 반원을 보이며 말했어.
“개울가에 네 집이 있잖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만 목이 메었어.
“호지킨스, 우리 둘의 재능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겠구나.”
그때 갑자기 아래층 문이 ‘끼이익’ 하는 소리가 들렸어.
한 줄기 싸늘한 바람이 아래층에서 몰아쳐 와, 살며시 내 몸을 휘감았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그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어. 그저 자연스럽게 준비만 했을 따름이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침대 밑에 기어 들어가 잠자코 기다린 거지.
이내 계단도 삐그덕거렸어. 삐걱, 삐이걱 하고 말이야. 우리 집 계단은 열아홉 개였는데, 그 계단을 만들 때 워낙 고생했던(나선형 계단이었거든) 터라 계단 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단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정확히 열아홉 번 나고 나서, 또다시 쥐죽은 듯 조용해지더구나.
나는 속으로 짐작했지.
‘문 옆에 서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