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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88935665235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첫번째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
네번째 이야기
다섯번째 이야기
여섯번째 이야기
일곱번째 이야기
여덟번째 이야기
책속에서
수정 구슬에 비친 식구들의 모습은 모두가 믿을 수 없으리만치 작았지요. 수정 구슬 속에 들어오면, 식구들의 모든 행동이 다 쓸쓸하고 부질없어 보였어요.
아빠 무민은 그런 모습이 좋았어요. 그 모습을 보는 게 아빠 무민의 저녁 놀이였어요. 그러고 있으면 마치 식구들이 아빠 무민만 알고 있는 깊은 바다 밑바닥에 갇혀 누군가 와서 구해주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마침내 해마들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 서로의 몸을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어요. 해마들은 모두 따뜻하고, 부드럽고, 물에 젖지 않는 잿빛 우단 옷을 입고 있었는데, 마치 꽃 무늬가 수놓아져 있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해마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무민트롤의 마음속에는 난데없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자신도 해마들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이었어요.
무민트롤은 마음이 거뜬하고 흥겨워져서 바닷가로 달려 나가며 이렇게 소리쳤어요.
“달빛을 좀 봐! 너무 따뜻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야!”
아빠 무민의 공책은 그런 깊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바다에 대한 진지한 사색들 말예요. 아빠 무민은 ‘바다는 밤에 이렇게 바뀐다’라는 제목을 적고 밑줄을 좍 그었어요. 그렇게 앉아서 제목 밑의 빈 공간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바람이 확 불어와서 아빠 무민의 앞발에서 공책을 잡아채려고 했어요. 아빠 무민은 ‘휴우’ 한숨을 쉬고서 공책을 5쪽으론 넘겼어요. 아빠 무민은 5쪽을 특히 좋아했어요. 5쪽에는 까만 못이 엄청나게 긴 굴(지도를 보세요)을 통해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그 굴을 통해 보물과 위스키 궤짝과 해골들이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게 된 거예요. 녹슨 양철통은 A라고 표시된 부분에 우연히 걸려 있게 된 거예요. 그리고 X라고 하는 누군가 혹시 뭔가가 B지점에서 굴을 통해 물을 빨아들였다가 내뱉으면, 못은 당연히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물이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X는 과연 누구, 혹은 무엇일까요? 바다 괴물일까요? 그 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아빠 무민은 바다에 대한 그러한 모든 의문점들을 ‘가설’이라는 장에 옮겨 적었고, ‘가설’은 점점 더 길어져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