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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2370
· 쪽수 : 131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호마이카상 / 슬픈 싼타 / 나의 아나키스트 / 시의 힘 욕의 힘 / 오늘밤 기차는 / 겨울산 / 울어라 기타줄 / 눈물의 배후 / 물푸레나무 / 최초의 성찬 / 미황사(美黃寺) / 월광(月光), 월광(月狂) / 가을 드들강 / 사방연속꽃무늬 / 부업 / 혀와 이 / 샤프로 쓰는 시
제2부
어란, 리미 / 달마의 뒤란 / 서정저수지 / 동백꽃 피는 해우소 / 별밭에서 헤매다 / 해남시외버스터미널 / 봄산 / 동백나무 그늘에 숨어 / 내유리 길목 / 하행선 / 멸치 / 배추 절이기 / 향기를 피워올리는 꽃은 쓰다 / 에움길
제3부
내 손바닥 위의 숲 / 군자란... / 까치집 / 낯선 동행 / 북한산 / 해창물산 경자언니에게 / 세상의 불빛 한점 / 거식증 / 물 속의 비늘 / 산 / 역마 / 봄날 저녁 / 궁핍이 나로 하여 / 배부른 아홉시에는
- 해설 : 정우영
- 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낯선 동행
오년 뒤엔 뭐 하고 있을 거냐고 그가 물었다. 산동네 오르는 비탈길 껑충한 그의 그림자 달빛에 정처없는 듯, 바람 같은 생이 기약없이 떠도는 사이 여자가 시집이라도 가버리면 어쩌나. 그래서 오년 뒤 불쑥 아이엄마라도 되어 있으면 어쩌나. 그 물음의 쓸쓸한 의도를 알아차려 문득 슬픈 나는 오년 뒤 서른다섯.
요꼬공장을 지나 낮은 지붕들이 휙휙 스쳐가고, 담배 연기 자욱한 골목길을 돌아나오도록 나는 그의 그림자를 따라잡기에 숨이 찼다. 도바리치던 날들의 긴장이 그의 삶을 집중시켰고 그래서 더욱 팽팽해진 그의 걸음은 종종 나를 소외시켰지만. 쇳가루 서걱이는 그의 삶 속에서 나는 영원히 낯선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솜틀집, 담뱃가게, 달맞이꽃 핀 돌담, 달빛 아래 휘이청 기울어진 한세상을 돌아 다시 어깨를 마주하는 낮은 지붕들. (중략)
먼지바람 자욱한 비탈길을 내려오는데 문득 두려워졌다. 평지에 발을 딛는 순간 비탈 위의 기억들이 재가 되어버릴가봐. 때묻은 작업복과 해진 운동화, 문 닫힌 공장과 늦은 밤 미싱 소리, 낮은 골목길의 담배연기, 긴 축대 끝의 달맞이꽃, 그의 눈빛만큼 고단했던 시절들이 먼지로 날아오를까봐.
오년 뒤 무얼 하고 있을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