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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5234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25-10-24
책 소개
목차
제1부
악의에게
숲
식당 칸은 없다
소를 보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
공양
우안거
한파주의보
네 얼굴과 그것에 대하여
물풍수 이야기
발을 닦으며
성지순례
제2부
임종
능선 너머
그 오뉴월 한나절
꾸지뽕 쓰레빠
석다
우동과 자전거
방울벌레 울음소리를 물었다
늦은 임종
통증에 대하여
그 생에도 보리똥나무가 있을까?
왜 많은 가지와 잎을 가졌을까?
발자국
제3부
말
잠긴 돌
호두나무 잎사귀가 있는 저녁
낙화 동백
봄 내
거기 지금
동백
서어나무에게 간다
곁에 없고
불어라, 바람
수련
연두 생각
제4부
놀다
용의 자취를 기록함
용이 알을 품을 때
불확실성 시대,라는 말을 들었다
나의 어여쁜 루어
산도라지밭에서
작은 미술관을 나오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네가 여기 있었구나
여기 피어 있었구나
떨고 있구나
괜찮아,
함께 있어줄게
마른 잎사귀 사이에 검은
뿌리를 두었구나
괜찮아,
부러뜨리지 않을게
돌아갈 때까지 함께 있을게
아주 작은 씨방을 가졌구나
겁먹은 내 심장을 닮았구나
―「악의에게」 전문
맛은 일어나고 사라진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처럼
맛은 사라진다
김밥이 차곡차곡 사라지는 것처럼
달다는 감각과
달다는 것을 아는 지각은 각기 일어나고 사라진다
지나간 사랑이 다시 오지 않는 것처럼
짜다는 것은 단무지 속에 있지 않다
혀 속에 있지 않다
기차의 첫째 칸과 둘째 칸과 셋째 칸이 서로 같지 않은 것처럼
첫째 맛과 둘째 맛과 셋째 맛이 각기 일어나고 사라져서 다시 오지 않는다
아버지가 다시 오지 않는 것처럼
맛은 없다
단무지와 혀 사이에서 일어나서 사라졌다
(…)
맛은 지나갔다
한번 일어난 맛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사라지지 않는다
여러 칸을 건너왔다
셋째 칸에서 일어나서 일곱째 칸의 지인을 만나러 왔다
KTX는 달리고, 식당 칸은 없다
―「식당 칸은 없다」 부분
수행자들이 서 있다. 줄지어 공양간에 서 있다. 밥을 뜨려고 식판을 들고 서 있다. 밥과 국을 더는 소리를 들으며, 밥을 뜨고 씹는 소리를 들으며 서 있다.
(…)
수행자들이 마음을 가진 슬픔으로 와서 몸을 가진 슬픔으로 서 있다.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동작이 툭, 툭, 끊겨서 이어지는 옛날 활동사진처럼.
수행자들이 몸을 먹이려고 서 있다. 혼자 서 있다. 저마다 저에게서 혼자 서 있다. 흐릿하게 서 있다
―「공양」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