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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3659
· 쪽수 : 270쪽
· 출판일 : 2008-06-10
책 소개
목차
신화처럼 숨쉰다는 것
온종일 해변에서
비행기가 바다에 내릴 때
미국자리공 그늘
남 같은 나
내 몸속의 물고기들
유관순 언니에게 묻고 싶은 것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내 마음의 압력밥솥
꽃피는 고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맙시다
국화를 시들게 하는 법
지난날 내린 눈은 어디 있는가
슬픈 귀신고래
한바다에서의 황홀
바다에서 건져온 몇가지 의문
그 노래가 몸을 묶었다
소나무가 우고 있을 때
내게 이야기를 해줘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시간이 흐러가 쌓이는 곳
아직 이렁나지 않은 일
처용을 아십니까?
고래배가 돌아올 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바다에 고래가 저리 많은데, 이제 그만 금지를 풀어줘도 될텐데..."
누군가 던진 말이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그대로 씨멘트 바닥에 떨어졌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바로 그 순간 나는 고래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할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손을 내밀어 고래 몸뚱이에 얹었다. 차고 단단하고 서러운 느낌이 손바닥에서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축축하고 서러운 그것은 온몸을 한바퀴 돌아 뱃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몸속에 떼지어다니던 잉어며 거북이를 데리고 몸을 빠져나갔다. 거북이가 몸에서 나갈 때는 어깨가 움찔거렸다. 뱀장어가 떠날 때는 상체가 앞으로 숙어졌다. 두 팔을 크게 벌려 고래 몸통을 안자 잉어 두 마리가 양팡르 타고 헤엄쳐나갔다. 뱃속에서 출렁거리던 물은 넘칠 듯 솟구치더니 기어이 몸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나는 양팔로 고래를 안고 얼굴을 고래 몸통에 바짝 붙인 채 울기 시작했다. 몸속을 떠돌던 격랑이 끝없이 몸 밖으로 밀려나갔다.
울면서, 나는 이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열다섯살에 시집을 갔고, 할아버지는 열여섯살에 고래배를 탔다. 나는 열일곱살이다. 법적으로는 미성년이지만 나이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 본문 75쪽에서
나는 주어를 바꾸어 다시 생각했다. 나는 엄마 아빠 없이 혼자 살 것이다. 나는 호자 힘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엄마 아빠 없이 남자친구를 사귀고 결혼할 것이다. 엄마 아빠 없이 직장에 들어가고 휴가여행을 떠날 것이다. 주어를 바꾸자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마음속에 이상한 힘이 생기며 등이 똑바로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힘의 느낌을 잘 기억해두기로 했다. 엄마 아빠, 걱정하지마. 나도 괜찮을 거야. 그 생각을 하자 다시 눈물이 흘렀지만 등의 힘은 그대로였다. - 본문 229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