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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88936463618
· 쪽수 : 428쪽
· 출판일 : 2022-10-07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촛불 스펙트럼
진실의 습격: 민주주의와 문학 그리고 자본주의
혁명의 재배치: 황정은, 윤이형, 김성중의 눈
민족문학의 정전 형성과 3·1운동: 미당이라는 퍼즐
묵시록과 계급: 백민석의 ‘폭민’과 최진영의 여자들
단지 조금 다르게: 김현의 시와 시대전환
리얼리티 재장전: 다른 민중, 새로운 현실 그리고 ‘한국문학’
제2부 민주화 이후의 한국문학
모든 것의 석양 앞에서: 지금, 한국소설과 ‘현실의 귀환’
그 시린 진리를 찬물처럼: 은희경, 권여선의 장편을 통해 본 87년체제의 감정구조
모더니즘의 잔해: 정지돈과 이인휘 겹쳐 읽기
완전한 타인: 이주혜 소설 『자두』
만인의 입술 위에 노래가: 김남주 시의 현재성
시인의 경제, 시민의 정치: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에 관한 수상: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가족서사
『바리데기』와 흔들리는 세계체제: ‘2000년대 작가’ 황석영
제3부 비평의 임무
우리들의 일그러진 ‘리버럴’: 비평이 하는 일에 관한 단상
비평의 로도스: ‘근대문학 종언론’에서 ‘장편소설 논쟁’까지
‘가능한 현실’과 장편소설
제도 비판 이상의 것: 2018년의 평단
이름 너머의 사유: 비평과 이론 사이에서
리얼리스트의 자유: 최원식 평론집 『문학과 진보』
제4부 재현과 재현 사이의 진실
무저갱의 안과 밖: 최은미, 김이설, 정유정 소설에 나타난 악의 표상
리듬의 사회성에 관한 스케치
교과서 여백에 쓴 시: 이기인의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 연작
침묵과 호흡: 임선기 시집 『항구에 내리는 겨울 소식』
사실과 중립: 다시 읽는 김원일의 『겨울 골짜기』
고양이들은 밤의 감정을 노래한다: 이설야 시집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타원형 감옥의 외부: 백민석의 『목화밭 엽기전』과 그 맥락
수록 글 발표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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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작품은 90년대 이후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수치와 무력의 체질이 지금 이곳에서 어떻게 갱신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보다 그 모호한 계기들을—바깥의 시위대는 누구인가—낭만화하는 데서 멈춘다. 그것은 작품의 한계일 수도 있고 독자들 앞에 놓인 허들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것은 그 수치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다음은 무엇인지를 다시 물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다음을 묻는다는 것. 언제나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혁명의 재배치」 부분
언어는 끝내 해명하기 어려운 삶의 심연들을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가리키곤 한다. 그것은 자주, 아니, 대개는 시인의 손을 떠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본질적으로 상업주의의 산물인 광고 문구조차 이따금 그 뿌리를 초과하는 아름다움과 위로의 힘을 발한다. 언어의 주술은 무서운 것이다. 그것이 문학 안에 그 스스로가 초래한 자립적 질서가 있다는 믿음을 뒷받침해온 근거일지 모른다. 문학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무차별적으로 위로하는 아편인 듯 여기는 감각 또한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위험을 견제하는 다른 힘의 존재가 그래서 필요해진다. ‘자율성’은 어떤 형이상학적 전제로부터 연역되어 시작(詩作)의 어느 순간 임하는 주술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고통스러운 현실이 부과하는 제약들에 맞서는 싸움 가운데 이따금 성취되는 무엇일 것이다. 앞에서 길게 살펴본 것처럼 타율성을 제대로 통과하지 않은 자율성이 식민성을 낳는다. 「민족문학의 정전 형성과 3‧1운동」 부분
리얼리티와 마주한다는 것은 낡은 세계가 은폐하려 드는 진실과 정직하게 대면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때로 고통에 접속하는 절차를 요구하지만 문학에 주어진 소명은 언제나 현실적 고통의 단순한 해소에 있다기보다는 그 고통의 국면을 생생한 현재의 체험으로 지속하게 만드는 데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 ‘다른 세상’을 여는 힘이 바로 거기에서 나오며 바로 그것이 이 글에서 말하는 ‘민중적인 것’의 요체이기도 하다. ‘다른 세상’에 대한 믿음은 그 무류성(無謬性)에 대한 맹신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가운데 만들어지는 오류까지도 현실의 엄연한 일부로 의연히 감당할 수 있고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온다. 일체의 무기력과 체념, 그리고 냉소와 혐오는 투항의 사전절차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라앉고 있는, 우리가 마땅히 건져 올려야 할 세계가 언제나 여기에 있었고 또한 여전히 있다. 「리얼리티 재장전」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