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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81674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6-09-20
책 소개
목차
누구나 비밀은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나쁘다
누구나 이상한 구석이 있다
누구나 자기 기준으로 산다
누구나 이유가 있다
누구나 모르고 산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런 날이었다. 전날 오후부터 불어온 곳도 불어갈 곳도 헤아리기 어려운 바람이 미친년 널뛰듯 불어젖히더니 자정 넘어 가랑비가 흩뿌리기 시작했다. 가랑비에 살금살금 젖은 바람이 비와 함께 땅으로 스며든 것인지 어느 순간 잠잠해졌다. 잠귀 밝은 개들의 잠조차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 고요한 비였다. 공기 중으로 스며든 습기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불안을 토닥여 그 밤, 모든 것들의 잠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달았다. 그 밤, 하늘과 땅 사이도 비에 씻겨 말 그대로 허공(虛空)이었다
그것들이 말이여.
그것들이 누군디?
누군가 대구를 맞춰 물었고, 윤 선생은 성을 내며 목청을 높였다.
아깨 말했잖애! 귓구멍은 뒀다 워따 쓸라고? 찌니들 땜시 모였당게.
찌니들이 뭐슬 워쨌가니?
갸들이 말이여.
윤 선생이 터무니없이 목소리를 낮췄고 사람들은 덩달아 몸을 앞으로 숙인 채 귀를 기울였다. 윤 선생의 뒤이은 말은 누구도 상상한 적 없는, 수평마을에서 나고 자랐거나, 시집와 수십년을 살아온 이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찌니들이 말이여. 레지랴 레지.
촤악! 경쾌한 소리가 적막한 밤의 대기 속으로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쑤언의 손이 어찌나 매웠는지 이장은 피우던 담배를 저도 모르게 떨구고는 손이 닿지도 않는 맞은 부위 근처를 잔망스럽게 마구 쓰다듬었다. 쑤언은 이장을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에라이, 쫌생아! 참말로 쪼까낼라고? 죽을 날 받아논 할매들이 그리 무섭냐?
그렇지! 참으면 쑤언이 아니지. 물 설고 말 선 이국 생활의 고충을 짐작하면서도 이장이 아내를 다독이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참는 법이라고는 없는 쑤언의 성품 탓이었다. 단 한번도 쑤언은 순순히 예,라고 하는 법이 없다. 아들 늦장가 보내놓고 덩실덩실 춤을 췄던 어머니에게도 그랬다. 그래도 어머니는 늘 쑤언을 추켜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