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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img_thumb2/9791193289419.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한국인물
· ISBN : 9791193289419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4-12-27
책 소개
목차
다시 만나는 권정생
달빛 스며든 토담집
울보 꼬마 정생이
두고 온 마음
희망의 호롱불을 켜고
다시 절망 속으로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종지기 아저씨가 되다
슬픔이 힘이 되어
빌뱅이 언덕의 이야기꾼
그리운 이들의 곁으로
작가의 말
권정생이 걸어온 길
책속에서
어머니의 자장가를 들으며 정생은 눈이 또록또록 맑아졌다.
“어머니, 목생이 형 얘기해 주세요.”
어머니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눈은 늘 그렇듯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정생은 목생이 형이 죽어서 어머니 눈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머니의 눈이 늘 그렇게 촉촉하게 젖어 있는 거라고.
“저, 집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그만두겠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정생은 몇 달간 일한 구멍가게를 떠났다. 주인은 남을 속여 부자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지만 정생은 그런 주인보다 깜박 잊고 간 돈을 기어이 다시 갚으러 온 가난한 아주머니가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가난이 고달프다는 것을,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 것인가를, 정생은 그 누구보다 뼈저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난해도 아름답게 살고 싶었다. 자기 몸을 떼어 가난한 사람을 도운 저 행복한 왕자처럼.
정생의 숨죽인 발소리가 자박자박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어머니는 방 안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울다 말고 어머니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새벽이슬에 발을 적시며 어머니는 온 산과 내를 쏘다녔다. 바위틈에 잠든 개구리도 잡고, 썩은 나무 둥치에서 굼벵이도 잡았다. 뱀이고 뭐고 어머니는 닥치는 대로 잡았다. 평소에는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이지 않던 어머니였다. 그러나 가난한 어머니는 산과 들에서 구할 수 있는 그런 것들 말고는 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어머니는 아들 앞에서는 절대 울지 않았다. 기도도 하지 않았다. 눈물이 터질 것 같으면 뒤란 뽕나무밭으로 갔다. 뽕나무 아래서 어머니는 숨죽여 울거나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상관없었다. 세상의 모든 신을 향해 어머니는 기도했다.
“우리 정생이를 살려 주세요. 살려만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