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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81698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6-09-21
책 소개
목차
1장 아무도 모른다
2장 미안하다, 형철아
3장 나, 왔네
4장 또다른 여인
에필로그 장미 묵주
해설 | 정홍수
대담 | 신경숙·신수정
새로 쓴 작가의 말
초판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모녀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
지난가을까지만 해도 너는 너의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엄마가 화났을 때 어떻게 해야 누그러지는지, 엄마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 누가 지금 엄마가 뭘 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으면 고사리를 말리고 있을걸요, 일요일이니 성당에 가셨겠는데, 십초 내에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너의 생각은 지난가을에 조각이 났다. 엄마에게 너란 존재가 딸이 아니라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 것은 엄마가 네 앞에서 집을 치울 때였다. 어느 날부턴가 엄마는 방에 떨어진 수건을 주워 걸었고, 식탁에 음식이 떨어지면 얼른 집어냈다. 예고 없이 엄마 집에 갈 때 엄마는 너저분한 마당을, 깨끗하지 못한 이불을 연방 미안해했다.
엄마가 스스럼없이 너를 혼낼 때는 네가 엄마, 엄마 더 자주 불렀던 것 같다. 엄마라는 말에는 친근감만이 아니라 나 좀 돌봐줘,라는 호소가 배어 있었다. 혼만 내지 말고 머리를 쓰다듬어줘, 옳고 그름을 떠나 내 편이 되어줘,라는. 너는 어머니 대신 엄마라는 말을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금까지도. 엄마라고 부를 때의 너의 마음에는 엄마가 건강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었다. 엄마는 힘이 세다고, 엄마는 무엇이든 거칠 게 없으며 엄마는 이 도시에서 네가 무언가에 좌절을 겪을 때마다 수화기 저편에 있는 존재라고.
서울역에 도착한 엄마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용산동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고 있을 때 지나가던 청년이 본 모양이었다. 이 밤 안에 아들에게 꼭 전해줘야 할 것이 있다는 그의 엄마 말을 들은 청년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엄마를 동사무소까지 바래다준 것이었다. 그의 엄마는 한겨울인데도 파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가을 추수 때 낫을 잘못 써서 엄지 쪽 발등을 다쳤는데 아물지 않아 앞이 터진 신발을 찾다보니 슬리퍼였다 했다. 그의 엄마는 숙직실 문 앞에 슬리퍼를 벗어놓고 들어와, 늦지나 않었는지 몰르겄다!며 그 앞에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내밀었다. 엄마의 손은 꽁꽁 얼어 있었다. 그는 얼음장 같은 엄마의 손을 잡았다. 이 손을, 이 손을 가진 여인을 어쩌든 기쁘게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의 입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따라오란다고 따라다니면 어떻게 하느냐고 엄마를 책망했다. 엄마는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면 어떻게 산다냐! 오히려 그를 나무랐다. 이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은 법이다!며 엄마 특유의 낙천적인 웃음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