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9019
· 쪽수 : 268쪽
책 소개
목차
봉인된 시간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작별 곁에서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내게 닥친 일 중에서 어려운 것만을 찾아 나를 돕던 큰아이. 나를 탓하지 않고 그렇게 말해주는 아들에게서 힘을 얻어 다시 일거리를 찾아다녔어. 집을 나설 때마다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라던 성경 말씀을 새겼지. 새들은 씨를 뿌리지도 거두지도 곳간에 모아두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들을 먹여주신다. 너희는 그들보다 귀하지 않으냐.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올 때면 무거운 발걸음을 떼면서 너.희.는.그.들.보.다.귀.하.지.않.으.냐. 웅얼거렸다네.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었던 17년 6개월 동안은 조국이 우리 가족을 버렸다고 생각했어. 깊이 사랑한 것으로부터 버림받은 기억은 아문 후에도 마음에 폐허를 남기지. 우리 네 식구는 타의로 시작된 이곳에서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서 속마음을 털어놔본 적이 없네. 내가 서울에 딱 한번 갔었다고 말하자 왜 서울에 다시 가지 않느냐고 선생이 물었지. 시인이 모국어와 그렇게 등지고 살아서 되겠느냐고도. 그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나? 대답을 하기는 했는가? 조국과 정부는 다르다고 생각하네. 딱 한번 서울에 다녀온 후 알게 되었네. 조국이 우리 가족을 버린 게 아니라 정부가 우릴 버린 것이었다는 걸. 남편이 그렇게 그리워한 곳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을 때에도 가지 않은 마음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네. 내 아들들이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조국이지만 마음에 품고 살아가주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지. 이 나이가 되면 자식의 침대가 놓여 있는 곳이 조국인지도 모르지.
언제 우리가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지만 널 보는 언젠가,라는 시간이 이유가 되어 오늘 잘 지낼 수 있겠지. 오늘도 기분 좋게 하루라는 강을 건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