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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기업/경영자 스토리 > 국내 기업/경영자
· ISBN : 9788936811839
· 쪽수 : 460쪽
· 출판일 : 2021-08-20
책 소개
목차
- 추천사
- 프롤로그
[1부 창업]
01_신라상회
이주민 | 자동차 산업 창세기 | 대화재 | 부상하는 서면
02_신용
신용이 희박한 사회 | 강이준의 거래법 | 운수업
03_제조
신라철공소 | 신신제작소 | 경제개발계획
04_협동조합
자동차공업협동조합 | 첫 수출 | 신신기계공업사 | 1960년대 공장 일과
[2부 센트랄]
01_외자
공단의 시작 | 도쿄올림픽 이후 | 한일 교류 | 일본중앙자동차공업사
02_합작
협상 | 출범 | 수출 의무
03_중장기 계획
불온했던 60년대 | 자동차 공업 장기 계획 | 기획실 | 중장기 계획
04_주주총회
난관 | 결단 | 센트랄의 장비
05_게임 체인저 포니
합리화 프로세스 | 70배의 생산성 | 마이카 시대
06_그 사람, 강이준
희한한 브리핑 | 회계 고문 | 기억 속 강이준 | 돌발 변수
[3부 진통]
01_방랑
통과 의례 | 황지탄광 | 다음은 금광 | 마침내 입사
02_강 군
창고지기 강 군 | 갑자기 퇴사 | 졸병 4년
03_산업합리화
2차 오일쇼크 | 구조조정 | 선방
04_스텔라
봉고 신화 | 검사 | 스텔라 리스크 | 포트폴리오
05_올림픽이 뭐길래
비좁은, 너무 비좁은 | 이전 압력 | 창원행
06_노동의 새벽
희생의 대가 | 대우자동차 파업 | 센트랄의 첫 노조
07_폭풍우 치는 밤에
사원아파트 | 노동자 대투쟁 | 다시 노조 | 구사대
08_투명인간
경영권 갈등 | 이원화된 리더십 | 투명인간
[4부 글로벌]
01_돌파구
이희방 | 스카우트 | 표준화 | (주)대우 | 새로운 균형
02_슬로건
새로운 리더십 | ‘CTR 27’의 탄생 | 한마음 대행진
03_대항해의 시작
지식 영업 | 자기 브랜드 | 글로벌 OE
04_제너럴모터스
즉석 강의 | QS-9000 | 최초의 설계 제안 | 첫 해외 사무소
05_출구 전략
제2의 칭기즈칸 | 타당성 조사 | 출구 전략 | 챕터 11
06_티핑 포인트
GM 전용 공장 | 글로벌 OE 파트너 | 알루미늄 단조 | 러시아 애프터마켓
07_경착륙
글로벌 정체 | 마지막 걸림돌 | 한규환 | 격동의 2011년 | 다시 ‘한마음’ | 산업 평화 | 해외 거점
08_새 비전
설득 | 얼개 | 뉴비전 페스티벌 2030
- 에필로그
- 부록: “노 대통령 이야기 좀 해 주세요~.”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획실이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자동차로부터 신차 개발에 참여해 달라는 공식 요청이 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 개발 프로젝트가 현대차에서 막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대통령 특별 지시에는 1975년까지 국산 차를 생산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명실상부한 고유 모델의 국산 차가 되기 위해서는 부품부터 국산화를 이뤄야 하는데, 현대차는 그 파트너 중 하나로 센트랄을 지목했다.
센트랄은 볼 조인트의 국산화에 성공해 그것만으로도 꽤 잘나가던 공장이었다. 그 시절 볼 조인트는 대표적인 소모성 부품 중 하나로 안전을 위해 길게는 1년에 한 번, 짧게는 두 번 이상 교체해야 했다. 택시나 승용차의 안전 검사 때 볼 조인트를 갈았는지가 중요한 통과 기준이었다. 따라서 볼 조인트 하나만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어도 기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굳이 신차 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강이준 사장은 뻔히 보이는 시장에 안주하기보다는 미래의 변화에 대비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획실을 만들었고, 때마침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에서 제안이 왔다. 결과를 알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야 당연히 동참해야 할 프로젝트로 보이지만, 현대차가 어찌 될지 몰랐던 그 시절에는 도박에 가까운 결정이지 않았을까? 시발자동차, 새나라자동차, 아세아자동차 등 1세대 완성차 기업들의 수준과 한계가 명확하게 보이던 때였다. 과연 현대자동차라고 다를까?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국산 차 개발 프로젝트라는 이유로 센트랄도 모험을 걸어야 할까?
- [2부 센트랄] ‘03 중장기 계획’ 중에서
이희방 상무는 본인이 볼 조인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을 영업 분야에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볼 조인트 낱개를 파는 게 아니라 볼 조인트에 대한 ‘지식’을 팔자는 것이었다.
이 상무의 논리는 간단했지만 정곡을 짚었다. 바이어가 센트랄의 영업 활동 덕분에 볼 조인트 지식을 얻게 되면 센트랄의 볼 조인트를 구매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동남아 지역 영업맨들을 모아 집중 교육에 들어갔다. 볼 조인트의 구조와 기능,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집을 만들었다. 이 상무는 직접 강의하면서 어떤 볼 조인트가 좋고 나쁜 것인지, 신기술이 적용된 볼 조인트와 그렇지 않은 구형 볼 조인트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을 상세히 가르쳤다. 영업 사원들도 이 상무와 똑같이 강단에 서서 이 상무를 상대로 볼 조인트를 강의하게 했다. 습득한 지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영업 사원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부품의 세세한 기능과 구조를 굳이 알 필요가 없었다. 최대한 많은 바이어를 만나 가격 경쟁을 이겨 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상무는 영업맨들도 기술직 못지않게 볼 조인트에 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믿었다. 새로운 수요를 일으키려면 바이어와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전문 지식만큼 좋은 통로는 없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이 만든 자동차 부품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까웠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선 일제 부품이 최고였고, 나머지는 짝퉁 정도의 지위만 얻을 수 있었다. 바이어들이 “일본산과 똑같이 만들어서 ‘made in Japan’만 새겨 주면 가격을 더 쳐주겠다”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던 시대였다. 그런 시장에 순응하기만 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리 없다. 이 상무는 바이어들의 생각을 뜯어고치기 위해 그들에게 볼 조인트에 관한 지식을 제공한 것이다. 당시 이 상무가 바이어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이런 내용이었다.
“우리는 물건을 팔러 온 게 아니다. 볼 조인트의 기능과 품질을 팔러 왔다. 예전에 당신들은 일본 회사에 ‘made in USA’라고 새겨 주면 돈을 더 쳐주겠다고 요구했을 것이다. 지금은 한국 회사에 ‘made in Japan’을 새겨 달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중국 회사에 ‘made in Korea’를 새겨 달라고 요구할 때가 올 것이다. 우리는 실력이 있다. 한국을 팔러 왔고 품질을 팔러 왔다.”
영업은 공격적이었다. 현지 택시 기사들에게 프로모션용 볼 조인트를 무상 제공하는 방법도 있었다. 운행 거리가 긴 택시 운전사들은 1년에 한두 차례 볼 조인트를 교체해야만 했다. 그런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신기술이 적용된 센트랄 볼 조인트는 교체할 필요가 없었다.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동남아와 중동,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한 러시아와 사회주의 국가들 그리고 일본중앙자공이 들어가지 않았던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이희방의 ‘지식 영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 [4부 글로벌] ‘03 대항해의 시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