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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6812560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5-10-2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1부. 학부 시절
- 19동 205호 그리고 민수
- 숙제 그리고 시험
- 통나무집
- 휴학, 입대, 제대 그리고 복학
- 연구참여
2부. 대학원 1, 2년 차 시절
- 다시 19동
- 클로닝과 녹아웃 마우스
- 실험 그리고 또 실험
- 한밤의 실험실
-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
3부. 대학원 3, 4년 차 시절
- 대학원 아파트
- 논문
- 운명
- 평해
- 2006년
4부. 대학원 5, 6년 차 시절
- 라면을 끓이며
- 캐나다
- 위로
- 싱가포르
- 챔피언
에필로그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한마디
저자소개
책속에서

당시 나는 팝과 재즈, 클래식 음악을 두루 섭렵하고 있었고, 카세트테이프와 시디도 수십 장 가지고 있었던 데다, 입학하기 전 과외로 번 용돈과 대학에 입학했다고 친척들이 쥐여 준 돈을 모두 털어 구입한 소니 미니 전축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장비를 갖추고 있었던 것은 학과 동기들 중에선 내가 유일했기에, 내가 1년간 머문 기숙사 방 19동 205호는 동기들 사이에서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나는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기도 하고, 여자 친구들에게 받은 답장을 정확무오하고 깊고 풍성하게 해석해 주기도 하는 등 나름 글 좀 쓴다는 축에, 그리고 연애 박사 계열에 속했다. 한마디로 나는 잡기에 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나는 그 당시 연애란 것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 해 준 조언은 모두 책에서 배운 조잡한 것들이었다. 마치 그때 우리의 들뜬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허공에 떠 있는 그 구름 같은 지식들이 무한한 매력을 발산하던 그 시절을, ‘낭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과연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끝내 성공을 이루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 실험이 실패로 기록되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며칠, 아니 몇 달은 휴식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실험이야 원래 잘 안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만고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책 한 권 읽은 놈이 가장 무섭다는 말처럼, 당시의 나는 실험 조금 해 보고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나 자신을 너무 과신하고 있었다. 그 경험 이후 나는 조금은 겸허해졌으며, 연구자로 살아간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때의 실패는 결국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숱한 실패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줄 아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성공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것은 실패한 뒤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아가, 꺾여도 계속하는 마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건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