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코끼리의 힘

문양석
모계의 꿈
난산
사비나 프로그램
그대, 나의 연인, 샤키아무니에게
뻘에 낳다
호두 생각
동굴 환상
여왕코끼리의 힘
나무의 가족사
산맥
라일락 그늘에서
투신, 그 후를 꿈꾸며
프리즘
기린
서울 일출
그 여름 범고래
야광층
눈보라 속에서
연금로
파도의 진화론
남화귀선을 넘어
얼굴들이 바다를 건너올 때
암벽등반
M에게 보내는 편지
마차부자리의 별
바람의 페이지
마이너스
섬, 혹은 어느 별에서
삼굼부리의 종마
사랑, 태고로 가는 꿈
수묵화
섬에서 섬에게
구름집
그러나
예감
장미 사원
강화 장화리에서
뭉게구름 소프트 아이스크림
한 그루 벚나무
파린
지하철의 요플레 향기
소동파의 돌
몽골
타일랜드 양
내부 순환로
초록뱀
거지
꽃 문신 이야기
싸움닭과 쑥맥
어떤 봄날
매직 하트
엄지미산 카마수트라
가을의 안쪽
묵화
썰물에게

작품 해설/ 신경림
페미니즘과 힘과 평화

썰물에게

그대는 내게서 멀어질수록 푸르렀다
물결무늬 문신을 새겨 놓고
물비늘 뒤집으며 떠나가는 코발트불루의 바다여
나는 주저앉은 뻘밭
잠들지 못하는 바람
내 안의 사해는 자꾸 달아올라 균열이 가고
잿빛 구멍들 숭숭 뚫린다
왜 화성에는 재 덮인 분화구가 그리도 만았는지
저 갈매기들은 왜 서늘한 균형으로 허공에 떠 있는지
그대는 끝내 모르리
한 큰 슬픔의 개흙 구릉 속에서도
사랑으 기억들은 쐐기풀처럼 살아남는 법
심장을 찌르는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기쁨으로
땅거미 내리는 텅 빈 저녁을 견딘다
홀로 뻘 밑에서 나와 뻘 밑으로 들어가는
갯지렁이의 등줄기를 덮는 저 어둠

폐선 한 척 기우뚱
넘어가는 어느 노을녘
비릿한 물머리 들이밀며 들어설 나의 코발트블루 바다여
닻도 없이 마음은
언제나 설레이는 저쪽 바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