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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17351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3-07-14
책 소개
목차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 7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 45
여분의 해마 77
사랑 파먹기 119
유예하는 밤 167
들개들의 트랙 리스트 197
다음 챕터 231
작가의 말 271
작품 해설
미래-증명, 잠시 중단합니다_최가은(문학평론가) 275
추천의 글_이희주(소설가) 29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타고 놀지 않는 모습이 기이했다. 아이들은 미끄럼틀의 계단과 원형 통로 두 곳에 양분되어 골똘한 얼굴이다. 구멍 끝 주위에서만 맴돌며 구경한다. 미끄럼틀 꼭대기 계단참에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웃는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구멍에 바짝 붙어선다. 어떤 아이는 한숨을 푹푹 내쉰다. 어떤 아이는 기쁨에 겨운 함성을 지른다. 그러다가도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 얘들아, 방금 그거 뭐야? 내가 묻자 옆에서 구경하던 초등학생이 답한다. 이거 띠부띠부 미끄럼틀인데요.
-「띠부띠부 랜덤 슬라이드」에서
계단 아래 계단. 그 아래 다시 또 계단.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의 구렁텅이였다. 발밑으로 펼쳐진 공간의 밑바닥이 가늠되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보다 아래에 위치한 사람의 검은 머리통. 그리고 가운데로 수렴하는 계단뿐이었다. 통화 연결음은 들리지 않았다. 나는 계단으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핸드폰을 살폈다. 액정 화면의 상단 바에 통신이 불가능하다는 그림이 깜빡였다.
“저기 혹시 지금 몇 층인지 아는 분 계실까요?”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에서
윤주는 진짜 같은 가짜 스테이지를 보며 생각했다. 진짜가 아니면 어때서? 가짜를 추구하면 안 되는 건가? 꼭 진짜 사람과 몸을 맞대고 하는 진짜 사랑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건가? 그럼 나 같은 사람은 평생을 고독 속에서 의미 없이 사랑 없이 홀로 살아야 하나?
여섯 명의 가짜 소년들이 무대 앞쪽으로 오더니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간격으로 도열해 섰다. 순정 만화에서 튀어나온 자가 하나, 둘, 셋, 선창하자 모두가 우렁차게 단체 구호를 외쳤다. in the end! 우리는 아쿠아입니다!
-「사랑 파먹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