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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댈러웨이 부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7464843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5-12-19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7464843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5-12-19
책 소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로 손꼽힐 뿐 아니라, 20세기 영미 문학과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결정적 작품 『댈러웨이 부인』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4번으로 출간되었다.
『댈러웨이 부인』 출간 100주년 기념
《타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00” 선정
BBC 컬처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 소설 3위”
“버지니아 울프는 의심의 여지 없이 영국 문학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 가장 예민한 정신과 상상력을 가진 작가 중 한 명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댈러웨이 부인』은 버지니아 울프의 최고 걸작이다. 이 작품은 절묘하고 훌륭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삶의 표면으로부터 깊디깊은 심연에 이르기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E. M. 포스터
“『댈러웨이 부인』은 영어로 쓰인 가장 아름답고 복잡하고 예리하고 독특한 소설로, 20세기에 출간된 가장 감동적이고 혁명적인 예술 작품 중 하나다.” –마이클 커닝햄(영화 「디 아워스」의 원작 소설 『세월』의 저자)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정수이자 새로운 시대정신을 관조한 걸작
정교한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완성해 낸 상처 입은 실존의 초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로 손꼽힐 뿐 아니라, 20세기 영미 문학과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결정적 작품 『댈러웨이 부인』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4번으로 출간되었다. 『등대로』(1927), 『올랜도』(1928)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울프이지만 그러한 모든 작품들의 단초이자 다양한 문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완성해 낸 『댈러웨이 부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먼저, 울프는 이 작품에서 굉장히 대담하고 새로운 서술 기법을 선보이는데, 가령 스무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의 시점을 절묘하게 넘나들며, 시공간의 구애 없이, 저마다의 입장을 가진 다채로운 목소리를 전지적 시점과 독백, 기억과 의식의 흐름을 통해 들려준다. 여기에 더해, 1차 세계 대전이라고 하는 미증유의 참혹한 사건과, 수많은 생명을 집어삼킨 팬데믹의 후유증, 차츰 붕괴되어 가는 빅토리아 시대의 세계 질서, 새 시대의 여명과 함께 폭로되는 가부장제의 모순과 정상성의 환상을 거대한 화폭에 총체적으로 그려 내듯이, 작품 도처에 새겨 넣는다. 그리고 행간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빅벤의 종소리, 도로의 소음, 공원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죽음을 향해 행진하는 소년병들의 발소리, 영원을 향해 메아리치는 길거리 여성의 애끊는 노랫소리는 작품에 시적 정취와 공감각적 깊이를 더욱 심화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일들이, 1923년 6월의 어느 무더운 날, 단 하루 동안에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횡적으로는 각기 다른 계층과 신분과 상황에 속한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와 내밀한 의식을 아우르는 동시에, 종적으로는 1차 세계 대전과 조지 5세 시대는 물론이고 고대 로마인이 브리튼의 땅을 밟기 이전 시대로부터 현재의 영국이 한낱 분진이 되어 사라질 먼 훗날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세월을 모두 조망하는 것이다. 이토록 예민한 감수성과 선구적인 문학 기법을 발휘해, 덧없는 찰나 속에서 영원성을 들여다보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경탄을 자아낸다. 요컨대 위선적인 사회 규범, 계급과 젠더 문제, 전쟁의 상처와 인간 존재의 고독, 더 나아가 침윤하는 우울에 맞선 삶의 결속과 연대의 가능성까지 포착해 낸 이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의 예술적 집념과 실험 정신이 빚어낸 희귀하고도 경이로운 성취다.
“그녀는 매사를 칼같이 가르면서도 동시에 바깥에서 방관했다. (……) 멀리, 멀리 바다에 나가 혼자 있다는 느낌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를 사는 것도 언제나 아주, 아주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문에서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말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렇게 폭죽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 불꽃은 스쳐 지나듯 밤으로 들어간다. 밤에 굴복하자 어둠이 집들과 탑들의 윤곽 위로 쏟아져 내린다. 황량한 언덕 비탈이 흐릿해지더니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비록 사라졌어도 밤은 그것들로 가득 차 있다. 색깔을 빼앗기고 창문도 없지만 그것들은 더 묵직하게 존재하고, 적나라한 햇빛이 전하지 못하는 것 — 거기 어둠 속에서 응어리진, 어둠 속에서 서로 달라붙은 고통과 긴장감을 발산한다.” -본문에서
“그가 바라보는 곳 어디에서나 당장 아름다움이 솟아올랐다. 밀려오는 바람에 떨리는 이파리 하나를 지켜보는 일은 절묘한 즐거움이었다. 제비들은 하늘 높은 곳에서 급강하하고 방향을 틀고 안팎으로 돌진하고 빙빙 돌아 대면서도 마치 고무줄에 묶여 있는 듯이 언제나 완벽하게 몸짓을 제어했다. 파리들이 오르내렸고, 햇빛은 장난치듯이 여기저기 이파리에 반점을 찍거나, 순전히 다정하게 연한 금빛으로 눈부시게 물들이기도 했다. 이따금 어떤 소리가(자동차 경적이겠지.) 풀 줄기 위에서 성스럽게 울렸고 — 고요하고 온당하고, 실로 일상적인 것들로 이루어진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진실이었다. 아름다움이 지금의 진실이었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었다.” -본문에서
“이런 세상에 자식을 낳을 수는 없다. 더는 고통을 영원히 이어 갈 수도, 이 욕정에 가득 찬 동물을 번식할 수도 없다. 우리에겐 지속적인 감정이 없으며, 오직 변덕과 허영심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뿐이다.” -본문에서
“그들은 늙어 갈 것이다. 중요한 것이 거기 있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잡담에 둘러싸이고 더럽혀지고 모호해지는 것, 매일매일 부패와 거짓말, 수다 속에서 방울져 떨어져 내리는 것. 그는 그것을 지켜 냈다. 죽음은 저항이었다. 죽음은 중심에 연결되려는 시도였다. 사람들은 불가사의하게도 자신들을 회피하는 그 중심에 도달할 수 없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친밀함은 떨어져 나가고, 환희는 서서히 사라지며, 사람은 홀로 존재한다. 죽음에는 모든 것을 수용하는 포용력이 있었다.” -본문에서
“나는 인생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피터가 말했다. 클래리사와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았어요. 그것이 내 인생을 망쳤어요. 그는 말했다. 사람은 사랑에 두 번 빠질 수 없거든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이 말에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그래도, 사랑을 해 보는 편이 더 나아요.” -본문에서
1923년 무더운 여름날, 클래리사 댈러웨이는 저녁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꽃을 사러 길을 나선다. 런던을 배회하는 클래리사의 머릿속에선 지난날의 풍경과 어긋난 사랑의 회한, 안온하고 잔인한 현실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도로에서는 왕비인지 총리인지 모를 어느 유력한 인사가 올라탄 자동차의 성난 엔진 소리가 진동하고, 창공에서는 버킹엄 궁전 앞에 도열한 인파를 매혹하듯 비행기가 그려 낸 광고 문구가 뭉게뭉게 피어나고, 공원에서는 근처 역전에 서서 애타게 노래하는 걸인 여성과 성마른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 이제 막 런던으로 상경한 에딘버러 출신의 여자가 각기 분주하게 움직인다. 댈러웨이 부인은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매사 점잖은 척하지만 왕족과 귀족에게 아부하기 바쁜 오랜 친구를 남겨 두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외출 소식에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댈러웨이 부인은 어서 파티를 준비해야 한다. 저녁에 차려입을 드레스를 수선하고, 손님들의 식사를 챙기고, 파티에 맞게 실내 공간을 정리하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시간이 모자르다. 바로 그때 느닷없이, 과거에 자신의 삶을 뒤흔들어 놓은, 어쩌면 여태 그녀의 일부를 사로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 피터 월시가 들이닥친다. 한편,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도 벌써 오 년이나 지났건만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속엔 저마다의 깊은 상흔이 남아 있다. ‘포탄 충격 후유증’으로 인해 환시와 환청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전쟁 영웅, 셉티머스와 그의 아내 레치아가 나란히 공원에 앉아 있다. 전장에서 당당하게 살아 돌아온 셉티머스에게 조국은 무공 훈장을 선사하고, 직장 상사는 멋들어진 개인 사무실과 눈부신 승진을 약속하지만 정작 전쟁 영웅의 귓가엔 아무 소리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레치아는 그의 병을 치료해 줄 의사를 수소문하고 그에게 행복했던 지난날을 상기시키며, 하루빨리 사회가 용인하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러나 셉티머스는 경직된 영국 사회의 규범을 뒤집어쓴 의사, 브래드쇼 경을 만나면서 더욱더 참혹한 수렁으로 빠져든다. 마침내 그는 ‘교정’받게 될 스스로의 운명을 예감하며, 전쟁이 그의 마음속에 새겨 준 잔혹한 예언과 전사한 친구 에번스의 환영을 맞닥뜨리게 된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파티에 드디어 총리가 도착하고, 사교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던 와중에, 댈러웨이 부인은 어느 전쟁 영웅의 참담한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한 과거의 친구들, 피터와 샐리 시튼은 도무지 말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한 클래리사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과연 삶이란 무엇인지, 저마다 이제껏 걸어온 세월을 더듬어 본다. 파티의 마지막 순간까지 온갖 사람들 사이를 정처 없이 떠돌며 떠들썩하고 연약한 인생의 편린 속에 잠겨 있던 클래리사는, 비로소 우리들 곁에 늘 자리해 있는 죽음과 유한성의 그림자를 감지한다.
《타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00” 선정
BBC 컬처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 소설 3위”
“버지니아 울프는 의심의 여지 없이 영국 문학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 가장 예민한 정신과 상상력을 가진 작가 중 한 명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댈러웨이 부인』은 버지니아 울프의 최고 걸작이다. 이 작품은 절묘하고 훌륭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삶의 표면으로부터 깊디깊은 심연에 이르기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E. M. 포스터
“『댈러웨이 부인』은 영어로 쓰인 가장 아름답고 복잡하고 예리하고 독특한 소설로, 20세기에 출간된 가장 감동적이고 혁명적인 예술 작품 중 하나다.” –마이클 커닝햄(영화 「디 아워스」의 원작 소설 『세월』의 저자)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정수이자 새로운 시대정신을 관조한 걸작
정교한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완성해 낸 상처 입은 실존의 초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로 손꼽힐 뿐 아니라, 20세기 영미 문학과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결정적 작품 『댈러웨이 부인』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4번으로 출간되었다. 『등대로』(1927), 『올랜도』(1928)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울프이지만 그러한 모든 작품들의 단초이자 다양한 문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완성해 낸 『댈러웨이 부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먼저, 울프는 이 작품에서 굉장히 대담하고 새로운 서술 기법을 선보이는데, 가령 스무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의 시점을 절묘하게 넘나들며, 시공간의 구애 없이, 저마다의 입장을 가진 다채로운 목소리를 전지적 시점과 독백, 기억과 의식의 흐름을 통해 들려준다. 여기에 더해, 1차 세계 대전이라고 하는 미증유의 참혹한 사건과, 수많은 생명을 집어삼킨 팬데믹의 후유증, 차츰 붕괴되어 가는 빅토리아 시대의 세계 질서, 새 시대의 여명과 함께 폭로되는 가부장제의 모순과 정상성의 환상을 거대한 화폭에 총체적으로 그려 내듯이, 작품 도처에 새겨 넣는다. 그리고 행간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빅벤의 종소리, 도로의 소음, 공원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죽음을 향해 행진하는 소년병들의 발소리, 영원을 향해 메아리치는 길거리 여성의 애끊는 노랫소리는 작품에 시적 정취와 공감각적 깊이를 더욱 심화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일들이, 1923년 6월의 어느 무더운 날, 단 하루 동안에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횡적으로는 각기 다른 계층과 신분과 상황에 속한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와 내밀한 의식을 아우르는 동시에, 종적으로는 1차 세계 대전과 조지 5세 시대는 물론이고 고대 로마인이 브리튼의 땅을 밟기 이전 시대로부터 현재의 영국이 한낱 분진이 되어 사라질 먼 훗날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세월을 모두 조망하는 것이다. 이토록 예민한 감수성과 선구적인 문학 기법을 발휘해, 덧없는 찰나 속에서 영원성을 들여다보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경탄을 자아낸다. 요컨대 위선적인 사회 규범, 계급과 젠더 문제, 전쟁의 상처와 인간 존재의 고독, 더 나아가 침윤하는 우울에 맞선 삶의 결속과 연대의 가능성까지 포착해 낸 이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의 예술적 집념과 실험 정신이 빚어낸 희귀하고도 경이로운 성취다.
“그녀는 매사를 칼같이 가르면서도 동시에 바깥에서 방관했다. (……) 멀리, 멀리 바다에 나가 혼자 있다는 느낌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를 사는 것도 언제나 아주, 아주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문에서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말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렇게 폭죽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 불꽃은 스쳐 지나듯 밤으로 들어간다. 밤에 굴복하자 어둠이 집들과 탑들의 윤곽 위로 쏟아져 내린다. 황량한 언덕 비탈이 흐릿해지더니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비록 사라졌어도 밤은 그것들로 가득 차 있다. 색깔을 빼앗기고 창문도 없지만 그것들은 더 묵직하게 존재하고, 적나라한 햇빛이 전하지 못하는 것 — 거기 어둠 속에서 응어리진, 어둠 속에서 서로 달라붙은 고통과 긴장감을 발산한다.” -본문에서
“그가 바라보는 곳 어디에서나 당장 아름다움이 솟아올랐다. 밀려오는 바람에 떨리는 이파리 하나를 지켜보는 일은 절묘한 즐거움이었다. 제비들은 하늘 높은 곳에서 급강하하고 방향을 틀고 안팎으로 돌진하고 빙빙 돌아 대면서도 마치 고무줄에 묶여 있는 듯이 언제나 완벽하게 몸짓을 제어했다. 파리들이 오르내렸고, 햇빛은 장난치듯이 여기저기 이파리에 반점을 찍거나, 순전히 다정하게 연한 금빛으로 눈부시게 물들이기도 했다. 이따금 어떤 소리가(자동차 경적이겠지.) 풀 줄기 위에서 성스럽게 울렸고 — 고요하고 온당하고, 실로 일상적인 것들로 이루어진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진실이었다. 아름다움이 지금의 진실이었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었다.” -본문에서
“이런 세상에 자식을 낳을 수는 없다. 더는 고통을 영원히 이어 갈 수도, 이 욕정에 가득 찬 동물을 번식할 수도 없다. 우리에겐 지속적인 감정이 없으며, 오직 변덕과 허영심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뿐이다.” -본문에서
“그들은 늙어 갈 것이다. 중요한 것이 거기 있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잡담에 둘러싸이고 더럽혀지고 모호해지는 것, 매일매일 부패와 거짓말, 수다 속에서 방울져 떨어져 내리는 것. 그는 그것을 지켜 냈다. 죽음은 저항이었다. 죽음은 중심에 연결되려는 시도였다. 사람들은 불가사의하게도 자신들을 회피하는 그 중심에 도달할 수 없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친밀함은 떨어져 나가고, 환희는 서서히 사라지며, 사람은 홀로 존재한다. 죽음에는 모든 것을 수용하는 포용력이 있었다.” -본문에서
“나는 인생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피터가 말했다. 클래리사와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았어요. 그것이 내 인생을 망쳤어요. 그는 말했다. 사람은 사랑에 두 번 빠질 수 없거든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이 말에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그래도, 사랑을 해 보는 편이 더 나아요.” -본문에서
1923년 무더운 여름날, 클래리사 댈러웨이는 저녁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꽃을 사러 길을 나선다. 런던을 배회하는 클래리사의 머릿속에선 지난날의 풍경과 어긋난 사랑의 회한, 안온하고 잔인한 현실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도로에서는 왕비인지 총리인지 모를 어느 유력한 인사가 올라탄 자동차의 성난 엔진 소리가 진동하고, 창공에서는 버킹엄 궁전 앞에 도열한 인파를 매혹하듯 비행기가 그려 낸 광고 문구가 뭉게뭉게 피어나고, 공원에서는 근처 역전에 서서 애타게 노래하는 걸인 여성과 성마른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 이제 막 런던으로 상경한 에딘버러 출신의 여자가 각기 분주하게 움직인다. 댈러웨이 부인은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매사 점잖은 척하지만 왕족과 귀족에게 아부하기 바쁜 오랜 친구를 남겨 두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외출 소식에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댈러웨이 부인은 어서 파티를 준비해야 한다. 저녁에 차려입을 드레스를 수선하고, 손님들의 식사를 챙기고, 파티에 맞게 실내 공간을 정리하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시간이 모자르다. 바로 그때 느닷없이, 과거에 자신의 삶을 뒤흔들어 놓은, 어쩌면 여태 그녀의 일부를 사로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 피터 월시가 들이닥친다. 한편,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도 벌써 오 년이나 지났건만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속엔 저마다의 깊은 상흔이 남아 있다. ‘포탄 충격 후유증’으로 인해 환시와 환청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전쟁 영웅, 셉티머스와 그의 아내 레치아가 나란히 공원에 앉아 있다. 전장에서 당당하게 살아 돌아온 셉티머스에게 조국은 무공 훈장을 선사하고, 직장 상사는 멋들어진 개인 사무실과 눈부신 승진을 약속하지만 정작 전쟁 영웅의 귓가엔 아무 소리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레치아는 그의 병을 치료해 줄 의사를 수소문하고 그에게 행복했던 지난날을 상기시키며, 하루빨리 사회가 용인하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러나 셉티머스는 경직된 영국 사회의 규범을 뒤집어쓴 의사, 브래드쇼 경을 만나면서 더욱더 참혹한 수렁으로 빠져든다. 마침내 그는 ‘교정’받게 될 스스로의 운명을 예감하며, 전쟁이 그의 마음속에 새겨 준 잔혹한 예언과 전사한 친구 에번스의 환영을 맞닥뜨리게 된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파티에 드디어 총리가 도착하고, 사교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던 와중에, 댈러웨이 부인은 어느 전쟁 영웅의 참담한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한 과거의 친구들, 피터와 샐리 시튼은 도무지 말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한 클래리사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과연 삶이란 무엇인지, 저마다 이제껏 걸어온 세월을 더듬어 본다. 파티의 마지막 순간까지 온갖 사람들 사이를 정처 없이 떠돌며 떠들썩하고 연약한 인생의 편린 속에 잠겨 있던 클래리사는, 비로소 우리들 곁에 늘 자리해 있는 죽음과 유한성의 그림자를 감지한다.
목차
댈러웨이 부인
작품 해설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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