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77515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6-09-18
책 소개
목차
1부 재회 7
2부 겨울 45
3부 봄 85
4부 여름 157
에필로그 189
작가의 말 200
추천의 글_ 은모든(소설가) 202
추천의 글_ 성현아(문학평론가) 204
저자소개
책속에서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힘들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나진은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내가 그런 말을 했었다고? 당황했지만 과거의 자신이 했을 법한 말이라 대놓고 의심할 수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진은 한결같은 평을 듣는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맡은 일을 남에게 미루는 법이 없고 융통성이 있는 사람. 나진의 사회생활은 그런 평들과 함께 무난하게 흘러왔다.
나진의 표정을 살피던 다혜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물었다.
“혹시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고치셨어요?”
나진은 벙찐 표정으로 다혜를 쳐다보았다.
다혜가 나진의 집에서 머무르는 기간이 하루에서 이틀, 이틀에서 나흘로 길어지자 나진은 차츰 자기 합리화에 빠져들었다. 너도 나한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한 적이 있어. 나는 아이가 한 말이니까 그냥 이해하고 넘어간 거야. 너도 그럴 수는 없었어? 그때 내가 얼마나 어렸는지 너도 이제 알잖아. 엘리베이터에 오르던 나진은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해서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겼다. 다혜는 나진이 눈치를 주어도 집안일을 꿋꿋하게 도맡아 했다. 너는 손님이라고 선을 그어도 소용없었다. 퇴근 후 귀가하면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빨래며 청소도 나진이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끔히 해결되어 있었다. 살림에서는 다혜에게 불만을 갖기가 어려웠다. 손끝이 야물고 빨랐다. 나진보다 실력이 나았다. 문제는 다혜에게 살림을 맡긴 적이 없다는 것이지.
다혜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진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은, 부담스러운 아이였다. 가까워질수록 그 사실을 더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나진을 곤란하게 한 많은 것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다혜의 거짓말은 대충 맞장구 쳐 넘기기도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
(……) 다혜는 거짓말을 잘했다. 그러나 그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나이다. 나진은 이해한다. 그 시절의 나진과 다혜를 이해한다. 이해하려 최선을 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