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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8238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3-10-25
책 소개
목차
낙타 7
베드로 목장 47
죽 쑨 농사 79
피로 죄를 씻게 하라 109
생겨 먹은 125
존 커들 145
망할 년 167
할렐루야 183
범인 213
(You know) I’m no good 231
작가의 말 25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자는 왜 모래 속에 갇혀 사는 걸까. 여자도 언젠가는 모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탈출을 시도했을 거다. 여자도 처음부터 마을 사람들과 한패였던 건 아닐 거다. 지금 남자가 그런 것처럼. 모래는 두 사람을 가두었다. 여자와 남자, 먼저 갇힌 사람과 나중에 갇힌 사람, 먼저 받아들인 사람과 나중에야 받아들일 사람, 벗어나길 포기한 사람과 벗어날 거라 착각하는 사람.
여자가 치료를 받고 돌아오면 남자는 모래 구덩이 속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전남편처럼 여자가 죽고 나면 ‘모래의 남자’가 되어 모래 구덩이 속에서 여자가 하던, 모래 퍼 올리는 일을 계속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또 다른 여자가 마을에 들어오면 그녀가 다시 마을 사람들에 의해 모래 구덩이에 갇히게 되지 않을까. 그녀도 처음에는 모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이미 그런 삶을 받아들인 남자의 태도를 조금씩 받아들일 거다. 엄마도 방 변호사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에 의해 48평 아파트에 갇히게 됐다. 방 변호사도 ‘마을 사람들’에 의해 엄마보다 먼저 48평에 갇히게 됐을 거다. 이제 두 사람은 나를 48평에 가두려 한다.
나는 ‘어쩐지’ 도망칠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누군가를 무시하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무시하거나 무시당하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의 질서”란다. 엄마가 외할아버지의 ‘도돌이표 유전자’를 물려받았듯 나도 엄마의 아이큐를 물려받은 게 바로 세상의 질서다. 현대사회에서 헌법은 중세의 바이블과 마찬가지란다. 모든 기준은 헌법을 따른다. 고로 그 법을 다루는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 신과 인간의 중간자, 신의 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엄마의 생각이다.
“너도 고양이처럼 되고 싶다는 거야?”
“무슨 말이에요?”
“자살하는 데 도와 달라는 거냐고.”
“글쎄요.”
모래의 남자의 욕망을 건드린 게 분명하다.
“누구를 위해서지? 나를? 너를? 난, 내가 왜 너랑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넌 사는 게 간단해 보이지? 간단해 보여도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간단하게만 생각하면 복잡한 걸 보지 못하지. 간단해 보이는 게 사실은 간단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간단하지도 못한 모래의 남자가 벌떡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구원교회에 다니는 사람 중 그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건 명징하다. 나를 위한 게 남을 위한 건 될 수 없지만, 남을 위한 건 결국 나를 위한 걸 포장한 거다. 모래의 남자는 아직 얼마나 많은 걸 모르고 있는 걸까.
복잡한 건 간단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