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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37834370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13-10-28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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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똑똑해지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래도 된다고 판단한다면 다섯 호수 마을에서 함께 온 친구를 믿는 것도 좋아.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돼. 대학에 들어가려면 경쟁자를 제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 응시자들이 있단다. 뭐, 대체로 사실이기도 하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마라.”
막 가방을 닫았을 때, 나를 둘러싼 세계가 돌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이윽고 모든 것이 암흑 속으로 묻혀간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나를 들어 올리던 강인한 팔. 그 팔의 주인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너는 똑똑해, 시아. 너는 강해. 네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나 같은 사람들이 네 편에 서 있단다. 자, 이제 그걸 증명해 봐라.”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같이 힘을 합쳐 머리를 짜내면 못할 게 뭐야? 그리고 이거 알아? 도청장치를 발견해서 기쁜 이유에는 다른 것도 있어.”
“그게 뭔데?”
“처음 너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을 반즈 박사나 그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지는 않거든.”
그 말과 뒤 이은 입맞춤이 내 가슴을 일렁이게 했다. 사랑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위험에 처해 있다는 불안감과 시험에 대한 압박감……, 스스로의 감정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혈관을 타고 흐르는 온기나 토마스의 존재가 내게 주는 강한 힘과 용기, 이것만은 틀림없는 진짜였다. 그래서 입술이 떨어져나 갔을 때 나 역시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널 사랑하는 것 같아.”
시험의 끝이 가까워 올수록 다음 세대의 리더가 되는 길에도 가까워지고 있는 탓일지도 모른다. 동료 응시자들은 이 시험에서 패스하고 나면 그 의미도 이해하게 될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과거는 절대로 바뀔 수 없다. 내가 매일 꾸고 있는 꿈들이 그 증거다. 간혹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면 모든 생각이 명확해졌다. 테스팅은 그냥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3차 테스트는 응시자들이 동료를 신뢰하고 전략을 짜고, 힘을 모아 해결하는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 그간 관찰한 우리의 행동을 통해 위원회는 어떤 응시자가 무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동료를 공격할지 미리 예측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4차 시험에서는 앞서 이 시험을 치렀던 응시자들과 같은 장소에 우리를 던져놓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는지를 관찰하고 있으리라. 실수를 통해 뭔가 배운 뒤 그것을 성공적으로 적용한다면 시험에 패스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저지른 실수 속에 이대로 침잠해 버리고 마는 걸까. 토마스의 눈에 드리운 그늘과 처진 어깨를 보면 무언가가 이미 그를 집어삼켜 버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