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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7889929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7-03-30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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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다시 혼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원히 이렇게 지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잠을 좀 더 많이 자면 시간이 빨리 갈 수도 있을 텐데. 생각을 멈춰버린다면. 하지만 나는 잠을 자기 싫다. 내가 내 몸에 뭔가 영향을 미칠 수나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전자 장비처럼 ‘작동 중’이거나 ‘작동 중지’ 상태일 뿐이다. 정신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한다. 나는 내 몸에 세 들어 있다. 나는 잠들고 싶지 않다. _ 엘자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이 말을 수도 없이 되뇌었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이건 정상이 아닌데. 움직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고 생각하거나 말할 수도 없는 환자를 찾아간다는 생각에 들뜬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심지어 나는 그 환자와 아는 사이도 아니다. _ 티보
나는 7주 동안 사람들이 하는 말에서 색감과 질감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었다. 내 동생의 연애 이야기는 구역질나는 붉은 벨벳 같다. 그만큼 호르몬이 차고 넘치는 느낌이다. 엄마는 보라색 가죽 같다. 낡은 핸드백처럼 뻣뻣해 보이지만 이미 군데군데 갈라졌다. 이 과장 의사는 공사판의 강철봉처럼 윤기도 없고 우악스럽다.
이 와중에도 다행히 나에겐 열흘 전부터 떠오른 무지개가 있다. 티보는 온갖 미묘한 감정들, 나에게 새로운 그 모든 것과 함께 등장했다. 나는 특정한 한 가지 색깔을 떠올릴 수가 없다. 반짝반짝하면서도 당혹스러운 색이다. 그러다 무지개가 생각난다. _ 엘자
내 차로 돌아온다. 내 마음은 52호실의 그 가녀린 몸뚱이 주위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내 품에 꼭 안고 싶었던 그 몸. 하지만 몇 달간 움직이지 못해 연약해진 두 다리를 보고서 내 이기적인 욕심을 추슬렀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옆에 앉아 있다가 나왔다. 자칫 그녀가 부러지기라도 할까봐 겁났나보다.
20분 후, 집에 도착한다. 어떻게 운전을 해서 왔는지 모르겠다. 소파에 주저앉는데 아무런 감각이 없다. 반사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배 주스를 홀짝홀짝 마시는 동안 어떤 생각이 서서히 밀려온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은 내 고백을 들었다. _ 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