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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9205949
· 쪽수 : 319쪽
· 출판일 : 2008-05-13
책 소개
목차
나는 몽유하리라
라일락 향기
여름에서 겨울 사이
일영에서 보낸 나날들
낯선 사내와 술 한잔
점골에서 생긴 일
개구리―시대에 관한 一表象
해설_복도훈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금은 흔해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향기는 최고야. 봄날 우편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면 골목마다 담장 너머 보랏빛으로 환하게 피어 있는 라일락이 보이지. 그러면 나는 라일락, 라일락 하고 혼자 중얼거려보곤 한다네. 나도 지금은 어지간히 나이를 먹었지만 그렇게 그 이름만 외워도 이상하게 가슴이 설레곤 하지. 나에게는 젊은 날이 있었다는 표시처럼... 이상한 이름이야. 꽃이 진 다음에는 벼로 볼품이 없지만 말이야. - '라일락 향기' 중에서
그뿐이었다. 신기할 정도로 앞뒤 다른 것은 다 지워져 완전히 백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뇌세포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었던 그녀에 대한 파일이 한꺼번에 ㅗ앙창 다 빠져나가버린 것 같았다.
지금 자기를 형이라 불러주는 이 친구의 경우는 어떤가. 이 친구의 경우는 더 딱한 것이 희미하게 더오르는 것 하나 없었다.
어쨌거나 황은 속으로 이쯤에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햇다. 처음부터 계획에도 없었던 만남이었고 게획에도 없었던 술자리였다. 계획에도 없이 만난 인간으로부터 게획에도 없었던 푸념과 탄식을 들어주는 일만큼 피곤한 것도 없을 터였다. - '낯선 사내와 술 한잔' 중에서
나는 다시 운동장을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네. 그렇게 돌다가 이윽고 다시 정 간호사 곁으로 왔을 때 내가 말했지. 그녀의 눈을 똑똑히 바라보며 마치 고백이라도 하는 것처럼.
-당신은 나의 개구리요. 이제부터 나는 당신을 나의 개구리로 삼겠소.
그녀는 처음엔 약간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곧 소리 내어 웃었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는데 그녀는 아가처럼 또 경박하게 소리 내어 웃었지. 그녀의 웃음소리가 어두워지는 운동장의 하늘에 개구리 소리처럼 울려 퍼졌네. - '개구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