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1536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05-05-10
책 소개
목차
제1부
1. 부양가족
2. 밑줄 한 줄
3. 소들이 뛰므로
4. 한 소식
5. 모란행
6. 구름다리 위에는 구름이 산다
7. 젖은 길
8. 반지하생활자
9. 단출 씨의 행복한 인생
10. 변사체로 발견되다
11. 오거리에서
12. 그대 해공의 무리를 뒤로하고
13. 부곡에 가다
14. 파리목숨
15. 설욕
16. 이용악
17. 가을 모기
18. 충
19. 백일홍
20. 벽
21. 한 줌 주먹으로
22. 두드러기
23. 봄밤의 떡
24. 엿 먹고 쓰다
25. 아기코끼리의 걸음마를 슬퍼함
26. 젖무덤
27. 조류
28. 비무장도시
29. 하늘은 저쪽
30. 연고지
31. 눈보라 속에
32. 깨꽃이 피었다고?
33. 따옴표 밖의 생
34.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제2부
1. 어름사니 꽃
2. 가시
3. 모과 한 알
4. 그리움
5. 어떤 꽃다발
6. 상한 갈대는 꺾어라
7. 별자리를 홀리고
8. 툴툴거리는 인생
9. 또, 봄 봄
10. 진달래 꽃잎을 술잔에 띄워 마시며
11. 봄 저녁산 우울
12. 회색과 쥐색
13. 의자왕의 죽음
14. 차를 마시며 브레히트 읽기
15. 오늘의 청문회
16. 지역감정
17. 오월을 건너가는 나비에게
18. 지금까지의 줄거리
19. 가마우지가 온 날
20. 한강 둔치에 앉다
21. 수
22. 귀뚜라미
23. 둘레
24. 깊은 사이
25. 너는 돌이 아니다
26. 사람의 빛
27. 성문 안 우물가
28. 저 가을빛
29. 낡은 시를 쓰는 밤
30. 80/F
31. 만년설
32. 아스테리스크
33. 어금니를 빼고
34. 개미의 집은 어디인가
35. 우리나라의 죽
36. 내가 노래한, 아니 노래하지 않은
- 해설 / 김수이
-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모란행
종점 수서역에서 서울지하철 버리고
국철로 갈아타려고 걸어가는 데 십수년이 걸렸다
성남 모란에서 만나자는 친구의 전화 그 전화
받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솥밥 먹으로 구두 한 켤레로 꿈을 꾸던 곳
뒤축이 다 닳도록 뿔뿔거리며 서울로 몸 팔러 다니던 길
그 길 아래 길 뚫려 그 길 머리에 이고
전동차 맨 꽁무니 칸 올라타니 오후 두 점 반인데도
꾸역꾸역한 인총, 벌써부터 숨이 가빠온다
출입문짝에 등을 기대고 두리번거리니
입성들은 밝아지고 머리털 입술꼬리도 부드러워졌지만
누구도 안중에 없다는 저 무심한 눈빛은 변하지 않았구나
정해진 시간표에 목이 매여 쉽게 떠나지 않는 철머구리차
열 몇 정거장 가까운 길인데도 나는 얼마나 멀리 바라보았는가
가닥가닥 누더기 길 마음의 고뿔 안고 콜록거리며
새벽으로 나갔다가 밤늦게 넘던 수진고개
그 고개 그 자리에 말없이 누워 있으련만
제 속살 헐어 평평한 노루목 놓아 나를 끌고 가겠다고 오라고 어서 오라고 부르는 소리
구르는 바퀴자락에 깔리며 시난고난 묻혀갈 때
모란시장 어느 어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친구
우리 막걸리 마시던 난전 이 겨울에도 터를 잡고 있을까
모가지마다 줄줄이 사슬에 엮여 발버둥치던 개 떼들
그 사이로 으르렁거리며 하루해 날품들을 팔며 짖어대던 곳
귀 멍멍 이빨 아드득 허파꽈리에 독한 담뱃진 뽀글거릴 때
두 집 건너 한 집마다 연탄가스 마시고 팔다리 뻣뻣해올 때
거푸집 수세미 머리통들 김칫국믈 들고 달려오던 그 골목
아직 거기 있을까 거기 있어 인면수심 얼굴에 철망 덧쓰고
헐떡거리며 산 나그네 오랜만에 발 내딛는 것 받아들여줄까
술 한잔 건네며 곱창 심줄 한번 펴보게 그냥 놔줄까
마음 마냥 바쁘게 더워와도 느릿느릿 속이 타는 모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