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허문 것이 담장뿐이었을까

제1장 단독 주거지 삼덕동에 대한 이해
1. 삼덕동의 역사
2. 삼덕동, 이야기가 있는 장소
3. 단독 주거지, 삼덕동의 미학

제2장 허물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1. 작은 YMCA 운동, 주민과 만나다
2. 소통과 교류의 공간 만들기
3. 벽화를 통한 골목의 재발견
4. 공간의 진화
5. 의미는 실천을 통해 인식에 도달한다

제3장 삼덕동에 불어온 재개발 바람
1. 낮게 불어온 원룸 바람
2. 광풍으로 몰아친 재개발
3. 그래도 마을만들기는 계속된다

제4장 삶의 욕망, 문화와 만나다
1. 공동체를 통해 축적된 문화적 경험
2. 재개발, 문화로 맞서다
3. 삼덕동 인형마임축제, 머머리섬
4. 일상과 연계된 축제

제5장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마을만들기
1. 삼덕동,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고민하다
2.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동

제6장 마을도 깊이가 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삼덕동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람들의 행위와 기억이 부딪치면서 공존의 가치를 만들어냈으며, 강제적 규범이 아니라 삶의 경험에서 나온 나름의 지혜가 규범이 되었다. 김경민 씨가 가출 청소년 쉼터를 굳이 삼덕동에 위치시킨 이유는 삼덕동 마을의 풍부한 깊이야말로 이 아이들을 보듬어줄 최고의 대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담장허물기는 선과 악이라는 윤리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물리적 경관 계획으로만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담장허물기는 사적 공간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의미이기도 하며, 주인에게는 자기 삶의 공간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 선택의 문제다. 또한 담장을 허물려는 이유는 복합적이며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담장허물기의 동기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사례별로 섬세하게 접근하려는 태도가 생활공간 경관 계획에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자세다.

재개발에 대한 반대 운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치열함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반대 운동에만 열중하더라도 재개발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삼덕동 마을만들기는 치열한 재개발 반대 운동을 진행하면서도 일상적 활동을 놓지 않았다. 치열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이 발생했을 때, 마을만들기 운동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일상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야 하는 것이 마을만들기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