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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47548076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2-03-24
책 소개
목차
1일 ~ 2년 140일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늘 방학이 끝났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대신 아빠가 살고 있는 병원에 왔다. 아빠가 보고 싶어서 온 것은 아니다. 나는 아빠와 같은 병에 걸렸고,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온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내가 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빠는 매우 열심히 나를 잊고 살아가는 중이었으니까.
_1일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약간 비꼬는 듯한 말투로 내게 물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육만 원이면 자신의 종교적 신념 따윈 버려도 된다는 거네?”
“못 버릴 것도 없죠. 아니, 당장 버려야죠. 어차피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모르는 신, 매일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씩만 가서 있는 척 굴어주고 매달 육만 원씩 받는다면 그것보다 남는 장사가 어딨겠어요.”
“인마, 그건 결국 영혼을 파는 짓이야.”
“육만 원에 사준다면 고맙다고 팔아야죠.”
“넌, 네 영혼이 육만 원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면, 형은 설마 우리들 영혼이 육만 원보다 비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_21일
옛날에 덴마크에 젊은 어부가 하나 살았는데 하루는 고기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난파사고를 당했다. 젊은 어부는 성난 파도에 휩쓸려 해안에 내던져졌고, 죽을힘을 다해 매달린 것이 등대의 창가였다. 젊은 어부는 기뻤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려고 창문을 들여다봤는데, 그 안에선 등대지기 부부와 그들의 어린 딸이 검소하면서도 단란한 저녁 식사를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젊은 어부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살려달라고 소리치면 저들의 행복한 시간은 엉망진창이 되겠지. 그래서 젊은 어부는 주저했고, 창가에 매달려 있던 그의 손끝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순간 큰 파도가 와서 그를 다시 바다로 데려갔다.
엄마는 이 이야기를 들려준 뒤에 나에게 한 가지만 약속해달라고 했다. 절대로 젊은 어부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때로는 타인의 행복을 뺏을 줄도 알면서 살아가겠다고.
_7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