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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5~6학년 > 동화/명작/고전
· ISBN : 9788950919979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1 삼판에 쏟아지는 비
2 강물에 떠밀려 가는 삼판
3 산 속에서 보낸 밤
4 강변 절벽
5 밤중에 우는 뻐꾸기
6 공포의 도시 속에서
7 60명의 아버지가 있는 집
8 기나긴 하루
9재회
리뷰
책속에서
"공화국의 미인."
파오는 돼지에게 잠자지 말라고 간절히 말했다. 소년은 새끼 돼지를 사랑스럽게 내려다보았다. 돼지를 동생처럼 부르며 안고 있으니 옆에 가족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조금이나마 들었다. 자신의 행동이 미친 소리나 실없는 짓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돼지를 여동생의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너를 '공화국의 영광'이라고 부를게."
티엔 파오는 이렇게 결정했다. 소년은 개수통 안에서 졸린 듯이 삐악거리는 오리들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공화국의 영광과 새끼 오리들이 자신의 가족이었다. 이렇게 같이 있는 것이, 혼자서 칠흑같이 어두운 삼판을 타고 강물에 마구 떠밀려 가는 것보다 백 배는 나았다.
"공화국의 영광아,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해."
티엔 파오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어둠 속에서 소년은 밧줄의 매듭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 살펴보았다.
일본군도 티엔 파오의 비명을 들었다. 그들은 강 건너편에서 위로 소총을 겨냥하고 절벽을 자세히 살폈다. 소총이 발사되었다. 총탄이 티엔 파오 머리 위에 있는 가시나무 덤불의 가지 하나를 부러뜨렸다. 티엔 파오는 공포감에 전신을 떨었다. 소년은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은 욕구를 자제했다. 파오가 비행기 조종사에게 한 가지 배운 점은, 공포에 싸여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파오는 도망치지 않고 덤불 뒤의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공화국의 영광의 몸을 눌러서 자기 곁에 있도록 했다. 하지만 공포에 덜덜 떨면서도, 일본군이 위로 겨냥하고 있는 소총들을 덤불의 가지 사이를 통해 노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참으로 믿기지 않았다! 티엔 파오는 관자놀이에 소총을 댄 소총수들이 목표물을 찾아서 겨냥하고 있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찾아 죽이려고 겨냥하고 있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티엔 파오는 공포감을 떨쳐내야 했다. 절벽을 곤두박질치며 달려 길 아래로 내려가려는 유혹을 떨쳐 내야 했다. 몸을 낮추고 움직이지 말아야 했다. 움직이려면 몸을 일으키지 말고 기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 그것이 비행기 조종사가 보여 준 행동 방식이었다. 천천히, 몸을 낮추고, 포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