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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88950933463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11-10-1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왜 탄소인가? 탄소로 밝히는 지구 잔혹사의 전말
I 생명과 탄소
1장 태초에 프라이팬이 있었다_ 빅뱅, 별, 그리고 탄소의 탄생
2장 춤과 춤꾼이 하나이듯이_ DNA와 RNA, 생명의 기원들
3장 박테리아 산소 혁명_ 광합성에서 이산화탄소 온실까지
4장 생명은 잔인함을 타고났다_ 포식과 방어 그리고 해양 탄소 순환
5장 살아남은 목격자가 있다_ 생명의 나무와 이산화탄소
6장 벗고 달리기 본능_ 탄수화물로 살기 vs 탄화수소로 살기
II 현대 문명과 탄소
7장 기름의 전광석화_ 탄소와 자동차
8장 판타지에 대한 물리적 구속_ 탄소 분자의 미학
9장 총알보다 빠른 다이아몬드_ 탄소 군비경쟁
10장 지구의 투명한 덮개_ 탄소 순환의 미친 가속도
11장 자연에는 매뉴얼이 없다_ 합성생물학과 에너지의 미래
12장 우리 모두의 모험입니다_ 탈탄소 문명의 가능성
감사의 말
주석
참고문헌
인터뷰 명단
책속에서
자연원소 92종이 생명의 무한성을 창조하는 쪽으로 정확히 ‘믹스 앤 매치’되었고 그래서 지구 생명이 자라왔다는 생각, 제법 그럴듯하다. 그러나 틀렸다. 물론, 대우주에는 사리(事理)가 있다. 그러나 그 정도로 깊은 사리는 아니다. 탄소는 우주에서 넷째로 풍부한 원소이지만, 지구에서는 순위권 밖이다. 지구는 주로 산소와 규소로 이루어진 천체다. 지구 상에서 탄소는 상위 원소 10위에도 못 든다. 그런데도 뭇 생명을 구성하고 움직인다. 탄소는 원소 중의 ‘시민왕’이다. 하찮은 일도 하고 특별한 일도 하고, 그럼으로써 인간과 생명의 본질을 지배한다. 피터 앳킨스는 이렇게 썼다. “탄소의 왕다움은 그 평범함에서 나온다. 탄소는 가장 많은 일을, 어느 하나 극단적이지 않게 한다. 그러한 온건함으로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 별난 사태의 전모가 이 책의 주제다. (9쪽)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안정기를 어지럽힌 최초의 종은 아니다. 하지만 지구가 돌아가는 모습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그 어느 때와도 다르게 지구를 바꾸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과학에서는 탄소의 순환을 단기 순환과 장기 순환으로 구분한다. 단기 순환은 지속 시간이 몇 시간, 몇 년, 또는 몇천 년이고, 그 경로는 생명, 바다, 토양, 공기다. 장기 순환에는 지각(地殼)이라는 여정이 추가된다.15 땅속이나 해저에 도달한 탄소는 수백만 년에서 수천만 년간 그대로 머무르기도 한다. 또는, 2, 3억 년 이상 땅속에 있다가, 화산이나 열수구를 통해 주로 이산화탄소 형태로 지표 시스템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류 문명은 지질 현상의 하나로 등극해 탄소의 장기 순환과 단기 순환 모두에 끼어들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13쪽)
어떤 이름의 미물이든 (원자, 분자, 사이아노박테리아, 껍데기 조류, 나무, 자동차, 그 어느 것이든) 대량으로 존재하면, 탄소의 경로에 끼어들어 그 지구적 흐름을 서서히 바꾸고 나아가 지구 생명의 조건을 바꿀 수 있다. 우리의 통상적인 감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이다. 수가 아무리 많기로서니, 또 시간이 아무리 길기로서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유기체가 너무 커서 잘 파악되지도 않는 이 행성을 통째로 바꾸었단 말인가? 사이아노박테리아가 탄소 순환을 어지럽혔다는 말보다는 차라리 원숭이 100만 마리가 어쩌다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타이핑했다는 편이 그럴싸하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지구의 시간을 생각하면, 또한 그 세월 동안 무수한 박테리아 종이 매일 무수 곱하기 무수 개의 개체를 낳았다는 걸 생각하면, 셰익스피어는 태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겠다는 느낌이 든다. 사이아노박테리아는 분자 하나하나, 세포 하나하나가 한시도 거르지 않고 무려 수억 년간 산소를 뿜어냈고, 결국, 메탄, 이산화탄소, 그리고 약간의 에탄(탄소 원자 두 개가 든 탄화수소 기체)이 지배하던 대기를 극적으로 뒤엎었다. 어쩌면 상식이란 별일 아닌 일을 파고들 때 무너지는 것인지 모른다.(64~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