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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91185415802
· 쪽수 : 540쪽
· 출판일 : 2025-08-22
책 소개
목차
1. 서곡 007
1부 운동
2. 상대성: 거대한 착각 028
3. 등속운동: 겉보기보다 쉬운 050
2부 질량
4. 우주에 대항하는 갑옷 073
5. 아인슈타인의 등장: 정지 질량 100
6. 세계 속의 세계: 물질의 구조 124
7. 질량인 것(과 질량이 아닌 것) 151
8. 에너지, 질량, 그리고 그 의미 165
9. 감옥에서 가장 중요한 것 179
3부 파동
10. 공명 195
11. 파동의 이해 216
12. 귀로 들을 수 없는 것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 232
4부 장
13. 일반장 257
14. 기본장: 첫 번째, 불안한 모습 276
15. 기본장: 두 번째, 겸손한 모습 321
5부 양자
16. 양자와 입자 339
17. 파동입자의 질량 353
18. 아인슈타인의 하이쿠 379
6부 힉스
19. 그 어떤 장과도 다른 장 387
20. 힉스장의 작동 방식 394
21. 해결되지 않은 기본적인 질문들 417
22, 더 심오한 개념적 질문 434
23. 정말 중요한 질문 442
7부 코스모스
24. 양성자와 중성자 465
25. 양자장의 마법 478
26. 코다: 평범함 속의 비범함 489
감사의 말 498
용어 해설 501
미주 505
찾아보기 528
책속에서
상대성원리를 설명하는 것은 몇 마디의 말 ― 이를테면, 등속운동은 감지할 수 없다 ― 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상대성원리는 앞으로 물리학자가 될 사람들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키워왔던 세계에 대한 가정을 뒤엎는다. 마치 일상생활 자체가 인간의 정신이 기본적인 물리 법칙에 닿지 못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고대 그리스의 뛰어난 수학자와 철학자조차 상대성원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했고, 집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도 지구의 크기를 측정했지만, 지구가 움직인다는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몇몇 사람들은 지구가 회전하고 이동할지도 모른다고 제안했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들은 지구가 운동한다면 우리가 쉽게 감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이라는 것이 반드시 쉽게 감지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수 세기가 더 걸렸다.
공은 분명히 물리적 사물, 즉 실체와 무게가 있는 물질로, 손에 쥐고, 던지고, 잡을 수 있고, 반으로 자르고, 저울로 무게를 재고, 코 위에 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더 일반적으로 말해 공은 그 자체로 존재하며, 우리가 던지는 대로 동서남북 어디로든 갈 수 있다. 하지만 밧줄 위의 파동은 이와 달리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이고, 매질에 갇혀 있다. 우리는 밧줄 위의 파동을 손에 쥐거나, 던지거나, 받거나 반으로 자를 수 없다.
따라서 파동과 공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지만, 그 의미를 너무 확대해석하면 곤란하다. 우리의 직관은 결국 이 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결국, 파동은 ‘어떤 물질적인 것의 진동’을 포함하긴 해도, 파동 그 자체는 물질이 아니다.
아니 … ‘파동은 정말 물질이 아닐까?’ 곧 우리가 세계의 양자적 본질과 마주하게 되면, 이 질문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기타 줄을 퉁겼을 때 줄의 진동이 음파를 만들고, 이 음파가 방 안을 가로질러 우리 고막에 닿는다. 이때서야 비로소 듣는 과정이 시작된다. 음파는 고막을 진동시켜 달팽이관 액체에 파동을 일으키고, 이 파동은 청각 섬모(stereocilia)라는 미세한 털 모양의 구조에 의해 감지된다. 이후 섬모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는 청각 신경을 따라 뇌로 전달되고, 뇌는 이 신호를 처리해 어떻게든 음악적 음색이라는 의식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귀와 뇌는 결코 기타와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는다. 오직 우리의 외이도에 들어온 음파와만 관계를 맺을 뿐이다. 말하자면, 실제로 우리가 ‘듣는’ 것은 소리의 파동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기타에서 반사되어 눈에 도달한 빛일 뿐이다. 우리는 이동하는 소리와 빛의 파동에 의존해 정보를 얻고, 눈과 귀로 이들 파동을 감지하며, 뇌가 그로부터 의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소리와 빛을 생성하거나 반사하는 물체 자체를 직접 듣거나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물체의 존재를 추론할 뿐이다. 우리가 물체에 대해 아는 지식은 완전히 간접적인 것이다. 우리의 모든 감각 기관은 오직 정보가 우리 몸에 도달했을 때만 그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전에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렇게 감각 기관 이 받아들인 정보를 뇌가 해석하여 이를 바탕으로 주변 사물에 대한 어떤 개념을 얻고, 우리의 의식 속에 외부 세계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렇게 그려진 그림을 우리는 마치 실재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 그림은 외부 세계를 부분적으로 재구성한 것이지 직접적인 이미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잊고 지낸다. 우리가 주변 환경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은 간접적일 뿐만 아니라 불완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