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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0934255
· 쪽수 : 624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이상한 밤
제1장_ 빛나는 책
제2장_ 날개 달린 말
제3장_ 섬뜩한 녀석들
제4장_ 엄마가 사라졌다
제5장_ 일기장의 비밀
제6장_ 말하는 카나리아 로데A
제7장_ 불타버린 집
제8장_ 비밀의 문, 베르타
제9장_ 코르넬리우스 세레부스의 서점
제10장_ 절벽 위 오두막
제11장_ 동굴 깊숙한 곳
제12장_ 속삭임의 숲
제13장_ 랜슬롯 경과 원탁의 기사
제2부 스크리보폴리스
제14장_ 책의 도시 스크리보폴리스
제15장_ 도끼를 찬 도스토예프스키
제16장_ B자매들
제17장_ 오데사의 계획
제18장_ 오르페우스의 노래
제19장_ 카프카의 원칙
제20장_ 돌 속의 펜
제21장_ 펜은 칼보다 강하다
제22장_ 한 줌의 뮤즈가루
제23장_ 미친 멜빌의 도서관
제24장_ 나는 빨간무가 싫어
제25장_ 대양 아래 가장 위대한 자
제26장_ 진실의 주인
제27장_ 나는 아빠를 찾는다
제28장_ 살인 음모
제29장_ 책에서 나온 두 탐정
제30장_ 일곱 머리 드래곤의 예언
제31장_ 사라진 에우리디케
제32장_ 눈물이여! 영감이여! 용기여!
제33장_ 잘못된 해석
제34장_ 셰익스피어의 집
제35장_ 악당과 영웅
제36장_ 키클롭스의 눈
제37장_ 낙타몰이꾼의 아들
제3부 마바락의 성
제14장_ 사막의 잔디
제15장_ 엘프의 숲에 숨은 페가수스
제16장_ 포로가 된 에르고라스
제17장_ 터널의 입구
제18장_ 마바락의 성
제19장_ 100개의 동상이 있는 방
제20장_ 배신, 그리고 거짓말
제21장_ 아빠가 성 안에 있다
제22장_ 베르타의 장난
제23장_ 매혹적인 목소리
제24장_ 실험실을 부숴라
제25장_ 잘못 만들어진 미노타우루스
제26장_ 환상의 속삭임
제27장_ 페가수스 다시 날다
제28장_ 용서
제29장_ 이야기의 주인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그때 어둠속에서 그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이 동네에서는 본 적이 없는 모자가 달린 외투를 입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들은 마치 중세 수도원의 수도사 같기도 하고 긴 여행 끝에 방금 이곳에 도착한 이방인 같기도 했다. 그들은 소리도 없이 오데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아니 미끄러져 왔다는 표현이 더 맞다. 마치 발아래에 공기 주머니가 달린 것처럼 도로에서 살짝 뜬 채 움직였다. 외투가 완전히 젖어 몸에 착 달라붙는 바람에 그들의 이상하게 생긴 몸통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것은 인간의 몸이 아니었다. 머리털이 쭈뼛 섰다.
오데사는 두 손으로 엄마의 일기장을 움켜쥐었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이렇게 배신감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분노가 끓어올랐다. 지금까지 겪어야 했던 외로움, 수많은 비밀들, 온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숨기려 했던 엄마, 존재하지 않는 도시, 죽은 작가들, 새를 이용한 통신, 그노크들……! 그렇지만 가장 나쁜 일은 아빠가 자신을 찾고 있는데 엄마는 그 사실에 대해 한 마디도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엄마는 지금까지 세상에서 존재했던 모든 이기주의자 중에서 가장 나쁜 이기주의자다. 엄마는 딸의 입장을 전혀 생각해주지 않았다. 전혀! 어떻게 그렇게 마음이 차가울 수 있을까? 그러더니 이제는 납치까지 당하고 말았다. 오데사가 화를 내거나 따질 수도 없게 말이다.
아빠가 여기에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는 왜 아빠가 나를 찾을까봐 두려워했을까? 내가 모험을 위해 아빠와 함께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을까? 아니면 아빠의 뒤를 이어서 작가가 되려고 할까봐? 그러면 안 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재능이 있는데.
“엄마 걱정이 맞았어요.”
그녀가 소리쳤다.
“아빠와 함께 떠날 거니까요! 나는 여기서 사는 데 질렸어요. 완전히 질렸다고요!”
새장 위에 깃털이 젖은 샛노란 카나리아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부엉이들은 눈을 반쯤 감고 있었고 까마귀들은 이리저리 뛰면서 그녀를 뚫어져라 관찰하는 중이었다. 오데사는 까마귀가 앵무새처럼 머리가 좋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게다가 아마 말도 할 수 있었지?
“너네였니?”
까마귀들에게 속삭였다. 까마귀들은 머리를 숙이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오데사는 이어지는 이상한 일들 때문에 머리가 뱅뱅 돌 지경이었다. 외투 입은 이상한 녀석들에게 쫓기고, 엄마는 돼지인간들에게 납치당하고, 아빠는 오래 전부터 자기를 찾고 있었다니……. 충격의 연속이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목소리를 들었다고 착각했음이 분명했다. 그녀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새장 위의 노란 카나리아를 향해 얼굴을 가져갔다.
“혹시 네 친구들 중에서 말할 수 있는 새가 있니?”
그녀가 물었다. 그 새는 다리를 뒤로 쭉 펴더니 날개를 펼치면서 말했다.
“저것들은 내 친구가 아니란다. 꼬마야. 그리고 절대로 말을 할 수가 없어.”
그러고는 퉁명스레 덧붙였다.
“저것들은 단지 부엉이일 뿐이고 편지만 전달하지.”
오데사는 입을 쩍 벌린 채 카나리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카나리아는 책상 위로 폴짝 뛰어내리더니 깃털의 물기를 털어냈다.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 건데? 막 단잠에 빠지려는데 네가 깨워 버렸잖아.”
“너……너…… 마……말……말을 하……할 수 있는 거야?”
카나라아는 눈썹을 치켜떴다.
“그……그……그리고…… 너……너……너는…… 마……말을……더……더……더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