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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무협소설 > 한국 무협소설
· ISBN : 9788951015984
· 쪽수 : 286쪽
· 출판일 : 2005-01-05
저자소개
책속에서
침실 바로 옆에 위치한 손노태야의 거실은 평상시에는 좀처럼 외부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 오늘 아침에는 한 사람이 점잖은 자세로 앉은 채 손노태야와 함께 백호은침을 마시고 있었다.
"과연 좋은 차로군."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신 손님이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자 손노태야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네는 벽라춘(碧螺春)을 즐겨 마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물론 내 입맛에는 벽라춘이 더 낫소. 백호은침은 비록 깨끗하긴 하지만 내게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져서 말이오."
"그게 백호은침의 맛이지. 자네는 너무 자극적인 걸 좋아해서 탈이야."
그 사람은 빙그레 웃었다.
"자극 없는 삶은 왠지 박제(剝製)된 인생 같아서 말이오. 손노태야께서도 젊은 시절에는 꽤나 자극적으로 살아오셨다고 들었소만."
손노태야는 무덤덤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모두 지난일이지. 자네가 나 정도로 나이를 먹게 되면 자극 없는 단조로운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될 걸세."
"먼 훗날 이야기로군."
그 사람이 여전히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손노태야는 힐끗 그를 쳐다보더니 특유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 생각보다는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을걸."
그 사람은 이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웃었으나,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적당할 때 물러설 줄 아는 것이 그의 장점 중 하나였다. 노인들은 대체로 자신의 나이를 남에게 비교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나이 문제로 손노태야를 더 자극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아침 일찍 손노태야를 찾아온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노해광이었다. - 본문 중에서
“이상하네.”
서문연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에는 몇 개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분명히 제대로 걸은 것 같은데, 왜 일곱 번째 동작에서 자꾸 틀리는 걸까?”
바닥에 찍혀 있는 발자국은 모두 열여덟 개였다. 마치 누군가가 정성을 다해 조각해놓은 듯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은 그리 크지 않아서 여인의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발자국들은 얼핏 보기에는 두서없이 아무렇게나 찍혀 있는 것 같았으나, 그 발자국을 응시하는 서문연상의 표정은 진지함을 넘어 심각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찍힌 발자국들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가 다시 발자국을 따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앞으로 발을 내딛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리 신중하고 조심스러워 보였다.
하나 절반도 걷기 전에 그녀는 다시 고운 아미를 찡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이번에도 틀렸어.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그녀는 바닥에 찍힌 발자국을 똑같이 밟으며 걷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그녀의 오른발이 일곱 번째 발자국에서 한 치쯤 옆으로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 같았는데도 그녀는 몹시 신경이 쓰이는지 발자국을 벗어난 자신의 오른발을 못마땅한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 20권 중에서
백리장손이 짤막한 감탄성을 토해 냈다.
“놀랍군. 남궁연이 장악하려는 공간을 사전에 봉쇄해 버렸어.”
“그런 게 가능합니까?”
“쉽지 않은 일이지.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혁리공은 다시 비무대 위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으나 그들은 별반 움직임이 없었다. 그저 한 사람은 검을 앞으로 내뻗은 상태였고, 다른 한 사람은 검을 중단으로 들어서 막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 24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