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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1026386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08-12-12
저자소개
책속에서
“너희 집 여기냐?”
“그런데요?”
정작 싸가지는 저 여자애 같다. 말끝마다 뭘 믿고 저렇게 톡톡 쏘아 대는지. 팬이라는 말도 없고 사인해 달라는 소리도 없고 같이 사진 찍자는 소리도 없는 걸 보니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게 분명하다. 하긴, 이런 시골 골짜기에 사는데 나 같은 대 스타를 봤을 리 만무하지.
“그럼 여긴 어떻게 가야 하냐?”
귀철이 건네준 약도는 확실히 엉터리였나 보다.
“……여기가 어딘데요?”
“너 이 동네 산다면서. 그런데 못 찾아?”
“그냥 대충 선만 찍찍 그려 놓고 이거보고 약도라고 우기면서 집 찾아내라는 거 너무 웃기지 않아요?”
쓸데없이 당돌한 꼬마네.
“집 찾아내라고 우기진 않았다.”
“집 주인이 누군데요?”
“뒷장 봐봐.”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은우가 턱짓과 함께 서라에게 말했다. 귀철의 핸드폰은 여전히 꺼져 있는 상태다. 짜증나네.
“임매순 할머니?”
“알겠냐?”
“우리 할머니인데 우리 할머니를 아세요? 아, 그런데 우리 할머니 지금 아파서 집에 안 계세요. 서울에 입원해 있는데.”
“……그럼 이 집에 너 혼자 사는 거냐?”
“할머니가 퇴원하시기 전까지는요.”
……잘했다. 김귀철. 아주 브라보다. - 본문 중에서
“야.”
참외 밭을 순찰하는 동안 애기처럼 자신에게 기대던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한은우’로 돌아와 있다. 퉁명스럽게 자신을 부른 은우에게 서라가 눈을 깜박이며 ‘왜요?’ 라고 대답했다. 턱을 살짝 치켜든 그가 불러 놓고 아무 말 없이 서라를 바라본다.
형광등 아래로 그림자가 진 그의 눈썹과 언뜻언뜻 보이는 그의 눈은 지적이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턱 선과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느낌도 있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대로 퐁당 빠지고 싶은 기분. 그나저나 뭐야? 진짜 그 눈에 날 빠뜨릴 목적으로 부른 거야?
“할 말 없으면 저 가요.”
“있어.”
시크한 표정으로 그가 말문을 열었다.
“비밀로 해.”
푸핫. 터져 버린 웃음에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더 날카롭게 변했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일부러 알쏭달쏭한 얼굴로 서라가 어깨를 들썩거려 보였다.
“뭘요?”
“…….”
“동물 울음소리에 아저씨 비명 지른 거요? 나뭇잎 떨어진 것에 기절할 정도로 아저씨 놀란 거요? 진흙 밟아 놓고 아저씨 굳어 버린 거요? 나뭇가지에 걸려 놓고 귀신이 아저씨 잡아당긴다고 호들갑 떨었던 거요? 대체 어떤 걸 비밀로 하라는 건지.”
“……야.”
심각한 표정의 그를 보고 서라가 픽, 웃었다.
막말로 누가 자신에게 일 년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돈을 준다고 해도 자신만이 알게 된 한은우에 대해서 입을 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서라는 생각했다. 그의 말처럼 이건 그와 자신 사이의 비밀이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은 스타 한은우가 아니라 인간 한은우에 관한 거니 가치가 있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충분히.
“좋은 꿈 꿔요.”
“……너도.”-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