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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중남미여행 > 중남미여행 에세이
· ISBN : 978895221403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0-06-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1 나의 시간은 꿈꾼다
#02 우리의 시작
#03 이치
#04 4월의 어느 날
#05 매혹의 오후
#06 시간이 멈추다
#07 여행
#08 소박했던 행복했던
#09 그들의 로망
#10 쿠바는 야구를 사랑한다
#11 새벽 3시의 탁구시합
#12 커피, 망고주스 그리고 스프
#13 새벽그림
#14 동화 同化
#15 미학
#16 염소와 예수상
#17 메타포
#18 바하마의 돛
#19 달콤한 오후의 상상
#20 화려한 조각의 슬픈 건축
#21 파리바게트와 서울 밥집
#22 마지막 편지
#23 쇼 윈도우 남자
#24 원피스를 입은 여자
#25 고양이 물루
#26 길
#27 마음에 들어 미안해
#28 하얀 날개
#29 천 년의 인연
#30 동상이몽
#31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벽
#32 빛
#33 흑과 백
#34 하나 둘 차차차
#35 인간적인 것
#36 살바도르 곤잘레스의 거리
#37 영웅 아래의 합창단
#38 체 게바라를 처형한 남자
#39 50주년 메이데이
#40 한 여자를 위한 시
#41 어느 여름 오후의 기억
#42 흰 별들
#43 욕망의 찌꺼기를 담는 자
#44 코코 택시 운전사들
#45 내 마음속의 로시난테
#46 올드카를 탄 연인
#47 쿠바인은 해삼을 먹지 않는다
#48 올드 아바나의 건물들
#49 낮잠
#50 빈 거리
#51 색의 질서
#52 네 명의 여자, 네 개의 시선
#53 천국과 가까운
#54 하나의 심장 네 개의 다리
#55 카리브해
#56 필리핀이라는 이름
#57 마탄사
#58 욕망의 에너지
#59 상상
#60 익숙한 좋은날
#61 상자의 여자
#62 시간이 준 인연
#63 그들이 삶을 풀어낸 공간, 엘 볼로
#64 옛 도로의 소네트
#65 산테리아의 사제
#66 에네켄, 60년 만에 피는 꽃
#67 창세기 11장
#68 바실롱 Vasilon, 세실리오
#69 빨간 리본을 단 쥐
#70 어느 소녀의 일상
#71 언덕으로 이루어진 거리
#72 디아나의 별
#73 발레리나
#74 우주의 비밀
#75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76 관타나메라
#77 가난한 사람들
#78 사랑의 편지 A Love Letter
#79 시간이 죽지 않는 삶
#80 시간의 춤 Dance of Time
#81 Soy Cubana!
#82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
#83 슬픈 열대
#84 만약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바나에 도착해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작열하는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 바에 앉아, 선글라스를 끼고, 모히토를 몇 잔이고 마시며 시가를 피우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쿠바에 도착한 첫날 그렇게 했다. 스무 시간이 넘는 비행으로 몽롱한 상태에서 아바나에 도착한 후 시가 상점으로 달려가 추천받은 코비하를 한 개비를 사고 근처 바에서 모히토를 주문했다. 시가에 불을 붙였고 연기와 함께 모히토를 한 모금 들이킨다. 민트의 향과 함께 입 안으로 달작거리며 퍼지는 얼음 섞인 럼이 갈증으로 말라붙은 혀에 감기는 순간, 나는 정말이지 외치고 싶었다.
야호!
시가의 향과 모히토의 향이 내 몸에 퍼지는 순간, 나는 그제야 쿠바의 오후를 즐길 준비가 된 것이다.
- <달콤한 오후의 상상>에서
쿠바의 창은 모든 곳으로 열려 있다. 아주 드물게 몇몇의 집에 유리창이 있을 뿐 집의 창은 대부분 열려 있고 여닫을 수 있는 얇은 나무판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소리가 창을 통해 집으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거리의 햇빛과 함께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빵을 파는 남자의 외침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자동차의 매연이 섞인 시동소리가 이 세계의 슬픔과 기쁨을 담아 함께 창을 통해 들어온다.
일반적으로 인터뷰를 촬영하기 위해선 문을 닫고 창을 닫아야만 한다. 주인공의 목소리와 함께 들리는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다. 나는 습관대로 옆집과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음들을 막아 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 이유는 열려 있는 창 때문이었다. 손으로 여닫는 창엔 유리가 없었고 햇빛을 가리는 용도로 쓰이는 나무판만이 있었다. 나는 이 낯선 환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중간에 옆집에서 틀어놓은 라디오의 음악소리가 들렸고 아이를 꾸짖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고 고기를 구우며 농담을 주고받는 남자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렸다. 한마디로 통제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든 생각은 ‘포기’였고 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왜 아니겠어. 쿠바는 원래 그런 걸……’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 <동화 同化>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