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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2214232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10-06-29
책 소개
목차
조직의 결성
세 명의 후보
주현우의 비밀
무언가의 후계자
개교기념일
한밤의 격투
살아남은 아이들의 인터뷰
그날 저녁의 진실
마지막 이야기
해제_ 상처와 비밀, 학교, 그리고 빛나는 그 무엇에 관하여
심사평_ 우리 안의 영웅을 찾아서
당선 작가 수상 소감
리뷰
책속에서
철수맨은 그 시기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 또는 그녀는 무능한 공권력의 상징인 헛발 짚는 경찰을 대신해 네 번째 희생자를 납치 중이던 연쇄살인범을 홀로 검거했다. 30대 초반의 남성인 범인을 밧줄로 묶어 경찰서 앞에 내던졌다고 한다. 그때 철수맨은 경찰서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하고 있던 순경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들켰는데, 놀랍게도 그는 귀여운 남자아이 가면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남자아이의 가면을.
딱히 그 영웅을 지칭할 고유명사가 없자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남성 이름인 ‘철수’에 히어로들만의 특권 명사인 ‘맨’을 갖다 붙였다. ‘철수맨’이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유채는 작년에 삼 일간 학교를 결석했다. 이유 없이 몸살이 나 침대보를 흠뻑 적시며 끙끙 앓았다.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유일하게 말을 걸어 주었던 친구가 지은이었다.
“아팠어? 많이 말랐다.”
“응. 몸살 났었어.”
“립글로스 빌려 줄까? 입술이 창백해 보여.”
“고마워.”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이루어진 짧은 대화였다. 그 주에 유채는 지은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고 지은은 흔쾌히 약속을 잡았다. 그 후로 두 사람은 단짝 친구다.
지은이 먼저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현우를 잡아 주었다. 현우는 여자애에게 의지하는 것이 창피했지만 지은의 손을 꼭 쥐고는 한동안 놓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손을 쥐고 놓는 행위에서 오가는 미묘한 떨림이 좋았다. 지은이 먼저 손을 구부려 빼내고서 여자애들에게 달려갔다. 현우는 이상한 지름길로 빠져나가려는 준석을 끌고 오면서 지은을 힐끗 훔쳐보았다. 오늘 지은은 흰색 티셔츠에 약간 달라붙는 청바지 차림이다. 뛸 때마다 찰랑찰랑 거리는 머리카락이 현우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아무래도…….’
현우는 오른쪽 손바닥을 심장 위에 올려놓았다. 같이 어울리고 집까지 데려다 주는 날들이 계속되면서 지은의 눈이 얼마나 예쁜지, 웃음소리가 얼마나 귀여운지 떠올리게 되는 시간들이 잦아졌다.